"지을수록 비싸진다"... AI 덕분에 부활한 '청정 에너지'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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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는 한때 공포의 다른 이름이었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의 원자로가 무너지는 장면을 우리 대부분이 바다 건너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2016년 9월에는 경주 땅이 규모 5.8로 흔들렸다. 계기 관측 이래 가장 강한 지진이, 하필 원전이 가장 빽빽이 들어선 동남권의 발밑에서 발생했다. 그 땅 아래로 활성단층이 지난다는 사실, 그리고 그 사실을 오래 덮어두었다는 사실까지 뒤늦게 드러났다.
2026년의 여름을 맞은 지금은 많은 이들이 지난 경험을 잊었다. 핵발전의 부활에 너도나도 박수를 친다. 박수 소리는 주식 시장에서 가장 크게 울린다. 아침이면 휴대폰부터 열어 SMR(소형모듈원자로) 관련주 주가를 확인하고, 새로 들어설 AI 데이터센터의 규모를 가늠하면서 그 막대한 전력을 무엇으로 메울지를 생각하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사람들이 도처에 있다. 인공지능과 '녹색 전환'이라는 두 개의 명분이, 두려움의 대상이던 것을 미래의 동력으로 바꿔놨다. 핵발전이 번쩍이는 새 옷을 입고 다시 무대 위로 오르려 한다.
나는 핵발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이 무섭다. 핵발전 말고 이 많은 전기 소비를 충당할 대책이 어디 있느냐고, 경제 성장이 먼저 아니냐고 타박하는 이들이 무섭다. 물론 무서워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묵직하고 고집스러운 보편통념에는 '다른' 말과 이야기가 무수히 필요하니까. 그리고 이미 그러한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탈성장과대안연구소의 김현우 소장이다.
김현우는 텃밭을 가꾼다. 하지가 오면 감자를 캔다. 그에게 텃밭 혹은 정원이란, 무엇을 심고 무엇을 거둘지를 스스로 정하는 그런 공간이다. 그런데 그 정원에 무엇을 심을지 정하기도 전에 거대한 바위 하나가 외부의 힘에 의해 먼저 들여놓아졌다고 해보자. 옮길 수도, 함부로 다루기도 쉽지 않은 바위가 말이다. 그러면 상추나 감자나 콩, 심고 싶던 나무 한 그루까지 모두 그 바위를 비켜서야 비로소 자리를 얻는다. 그 바위가 바로 핵발전이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가 풀어야 할 매듭은 그 바위에서 시작될 거라고.
'깨끗하다'는 말의 이면
핵발전은 오랫동안 청정에너지로 불려 왔다. 미세먼지나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을 굴뚝으로 뿜어내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유독물질을 내뿜지 않는 것과 정말로 깨끗한 것은 다른 얘기다. 먼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산물 문제가 있다.
"잡다한 미세 부산물이 발생하거든요. 그걸 우라늄 광미(광석을 골라내고 남은 '광물의 꼬리')라고 하는데, 호주나 아프리카 우라늄 광산을 보면, 우라늄도 결국은 광석이고 돌가루다 보니까, 방사능 오염을 일으키는 가루가 계속 떠돕니다. 잘 제거되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채굴에 종사하는 노동자, 지역 주민들한테 피해를 입히죠."
문제는 또 있다. 핵발전도 탄소 배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라늄을 캐고 정련·농축·가공하고, 발전소를 짓고 냉각하고, 끝내 폐기물을 묻기까지, 이른바 핵연료 '전주기'의 모든 단계에 화석 에너지가 끼어든다. 다만 그 전 과정에서의 배출량이 석탄화력발전보다 적기는 하다. 하지만 핵발전이 무탄소 전원이라는 것은 잘못된 말이다.
또한 핵발전이 영향을 끼치는 '시간의 길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는 핵발전이 깨끗하다는 믿음을 완전히 뒤집는다. 핵발전은 발전소가 가동되는 수십 년, 수명을 연장하면 80년이 넘도록 계속 방사성 기체와 온배수, 핵폐기물을 발생시킨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다. 사용후핵연료와 소모품 등 방사능 폐기물이 수천, 수만 년을 남아서 인류를 비롯한 지구상의 숱한 생명과 땅과 바다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청정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핵발전에 들어가는 인적·물질적·경제적·심리적·사회적 부담이 상당하거든요."
청정하다는 말은 우리가 보지 않기로 한 것들을 여러 겹의 장막 뒤에 숨겨두고 있다. 국제적인 연구와 목소리는 더욱 입체적이고 구체적으로 핵발전의 실체를 들추어낸다.
김현우는 먼저 '돈 누크 더 클라이밋(Don't Nuke The Climate)'이라는 국제 반핵 단체를 언급했다. 이때 '누크(nuke)'는 핵으로 터뜨리고 괴롭힌다는 뜻의 동사로 읽을 수 있고, 그렇다면 단체의 이름은 그 자체로 한 줄의 선언이 된다. 기후를 핵으로 괴롭히지 말라. 기후위기 대응을 명분 삼아 핵발전을 멋대로 갖다 쓰지 말라. 이들은 핵발전이 해법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네 개의 단어로 압축했다. 더럽고, 위험하고, 느리고, 비싸다는 것.
이처럼 방사능 오염 및 전주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광미 등으로 핵발전은 깨끗할 수 없고, 사고와 핵무기 전용의 가능성 때문에 위험하다. 그런데 느리다는 건 왜일까.
"태양광은 두세 달이면 세워지고, 풍력은 1~2년이면 돌아가요. 그런데 핵발전소는 짓는 데 평균 12년, 보통은 15년보다도 더 길어지고 있거든요. 1.5℃ 티핑포인트에 도달하기 전에 빠르게 핵발전을 늘린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죠. 현재 전 세계적으로 440기 정도가 가동 중인데, 건설되는 것보다 폐기되는 게 더 많고요. 그러니까 핵발전을 막 늘려서 온실가스를 줄인다는 것 자체가, 지금 추세로나 각국 준비 상황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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