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은 안 품었으면 좋겠네요" 도서관 근무의 현실
도서관에선 언제나 옅은 바닐라 향기가 난다. 낡고 새로운 책장들 사이로 축적된 책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적막의 미세한 틈으로 숨소리와 노트북 타자 치는 소리, 마우스의 딸깍거림만이 간헐적으로 울린다. 저마다 다른 서적을 펼치고 몰입하는 사람들은 그 표지 만큼이나 다양한 목적으로 시 도서관을 찾는다.
이곳을 관리하는 사서들은 그들 제각각 다른 요구에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몸이 열 개라도 바쁜 업무 속에서도 깨끗하고 단정한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시민들은 그런 그들의 노고를 잘 알지 못하는 듯하다. 데스크를 넘어 도서관 책장을 누비며 책을 지키는 그들의 이름은 사서다. 그리고 사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앞날이 보장되지 못하는 '비정규직 사서'다.
"백조 같은 존재죠.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물에 떠 있는 것 같은데 발밑으로는 물장구 열심히 치고 있는. 그런 존재."
공공도서관 현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서 A 씨는 자신의 직업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현재 근무 중인 기관과 개인 신상 보호를 이유로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A씨는 공공도서관에서 2년이 넘게 근무하면서 그곳에서 겪었던 고충과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사서와 사서 '실무사', 도서관의 '톱니바퀴'로서의 삶
도서관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도서관의 사서는 두 부류로 나뉜다. 사무실에서 행정을 담당하는 사서와 전면에 나서서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서다. 사무실에 있는 직원과 이용자들이 실무자로서 마주하는 직원은 서로 업무가 완전히 구분된다. 사무실에 있는 사서들은 도서관 전체 경영, 주관 업무를 도맡는다면 외부의 실무자들은 설계된 프로그램을 실제로 운영하고 이용자들을 응대한다. 데스크에서 쉽게 마주하는 사서도 후자에 속한다.
A씨 역시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도서관을 구체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톱니바퀴'라고 비유했다. 그래서 어떤 도서관은 자신들을 사서라고 지칭을 안 하고 '사서 실무사'라고 지칭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이 직업을 택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렸을 때부터 항상 책이 옆에 있었고 항상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결정했던 것 같아요. 딱히 거창한 꿈은 아니었죠. 한창 진로를 결정하는 시기에 그런 말을 들었어요. '너는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좋아했던 게 뭐냐?' 이 말에 힌트를 얻었죠. 전 도서관과 책을 좋아했으니까 이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살면 최소한 불행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씨는 도서관과 서적에 대한 애정이 어릴 적부터 짙었다. 자타공인 소위 말하는 '책벌레'였고 집안에서도 독서는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그 덕분에 그의 진로는 자연스럽게 활자, 책, 도서관으로 향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다"... 비정규직을 택해야 하는 사서들
그러나 그렇게 들어선 공공도서관 데스크 뒤편에 깔린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소박한 마음으로 사서가 된 그를 기다리는 건 예산 부족에 허덕이는 도서관의 현실과 뗄 수 없는 '비정규직'이라는 타이틀이었다.
A씨는 도서관의 모자란 돈으로 인한 만성적인 인력난을 털어놓았다. 해당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되온 공공도서관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2017년 공공도서관 사서 배치 연구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전국 공립 공공도서관의 법정 사서 충원율은 18.2 %에 불과했다.
2026년 전국 공공도서관 통계에서는 도서관과 방문자 수는 모두 증가했다고 나타났으나, 인력 부족과 고용 불안정 문제는 여전했다. A씨는 현장에서 부족한 나머지 일손을 단기 계약직과 봉사자로 보완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국가도서관위원회가 올해 발표했던 2026년 도서관 발전 정책의 총 8992억 원을 투입했다는 내용과는 전혀 맞지 않은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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