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균형성장', 지역이 수용지 아닌 행위자 될 때 가능

지난 6월 29일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는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산업생태계로 묶고 그 성장거점을 수도권 밖으로 넓히겠다는 국가적 승부수다. 서남권의 대규모 반도체 생산거점, 전북의 새만금과 대구경북권의 로봇·피지컬 성장축, 전국의 권역별 AI 데이터센터 구상은 미래산업육성과 균형성장을 함께 추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가 제시한 투자규모와 속도는 분명 전례가 없지만, 이제 정책성패의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투자규모만이 아니라, 그 투자가 지역의 기술과 일자리, 소득과 재정역량으로 얼마나 남느냐에 달려있다.
정부의 정책설계는 이미 상당 부분 이 방향을 담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는 'AI 3대 강국도약'과 '자치분권 기반의 균형성장'을 별개의 목표로 두지 않는다. 5극 3특 전략 역시 권역별 성장엔진과 인재·혁신거점을 묶는 경제권, 60분 생활권을 중심으로 교통·주거·교육·의료·문화를 연결하는 정주생활권, 권한과 재원을 뒷받침하는 행·재정기반을 함께 제시한다.
지역을 대한민국 새로운 성장주체로 전환하겠단 선언
이는 지역을 중앙정부의 단순한 재정배분대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주체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대규모 민간투자가 전제가 된다고 하더라도 중앙부처가 사업을 잘게 나누어 공모하여 지방정부가 국고보조금을 확보하는 소위 '중앙재정 지원의 국가전략' 중심으로 기존의 재정운용방식을 계속 진행한다면, '지역에 입지 한 국가사업'은 늘어도 '지역이 주도한 성장'은 만들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중앙이 정한 사업을 지역에 배치하는 수준을 넘어, 대규모 국가투자를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역량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의 네 가지 실행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국가전략산업의 지역화는 '입지배분'이 아니라 '지역가치의 축적'으로 향후 평가해야 한다.
정부가 권역별 산업축을 제시한 만큼, 다음 단계에서는 투자액과 부지면적에 더하여 지역고용, 지역기업 조달, 공동 연구개발과 기술이전, 지역대학 인재채용, 창업·분사, 지방세수 기여를 성과지표로 삼아야 한다. 대규모 지원사업마다 중앙정부·지방정부·기업이 이러한 목표를 담은 '지역가치협약'을 체결하고, 이행결과를 주민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지역대학, 중소·중견기업, 연구기관과 노동시장이 대기업 투자 주변에 촘촘히 연결될 때 지역에 대한 외생적 투자가 내생적 성장동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 반대로 지역 안에서 기술과 인재, 구매와 창업이 순환하지 못한다면 막대한 투자도 지역경제와 느슨하게 연결된 고립된 생산기지에 그칠 수 있다.
지역특화 전략은 중앙이 산업목록을 나누어 주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이 기업·대학·연구기관·노동계·주민과 함께 자기 권역의 비교우위와 미래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이 국가전략산업과 아울러 수반되어야 한다.
같은 AI라도 농생명, 의료, 조선, 자동차, 문화콘텐츠, 재난안전과 결합하는 방식은 지역마다 다를 수 있다. 중앙정부는 실패위험을 함께 부담하고 권역 간 연계를 조정하되, 지역은 선택과 집중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5극 3특이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성장권역들이 협력하고 경쟁하는 특화된 권역별 성장판으로써의 역할을 하게 된다.
성과와 책임 결합된 자치재정권의 확대 필요
둘째, 이미 예고된 초광역특별계정과 지역자율 R&D를 실질적인 자치재정권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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