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고리에 걸린 개성주악, 그후 1년간 계속 된 사연

"유진씨, 나 작품 들어가요."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또 있을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혜정 쌤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 너무 축하드려요! 얼른 만나요!"
1년 동안 이어진 선의
혜정 쌤과의 인연은 9년 전 드라마 <돈꽃>에서 시작됐다. 분장팀장과 배우로 만나 반년 동안 함께 호흡하며 진한 추억을 쌓았다. 연일 밤샘 촬영이 이어져 현장에서 웃음이 사라질 때에도 쌤은 늘 밝은 목소리로 배우와 스태프들을 먼저 챙겼다.
엄마가 폐수술을 받고 입원해 계시던 때, 병간호로 정신없던 내게 병원 근처까지 찾아와 립스틱을 선물하며 "힘내"라고 말해준 것도 그녀였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혜정 쌤을 존경해 왔다. 그토록 따뜻했던 쌤에게도 시린 겨울은 찾아왔다. 급격히 위축된 방송 제작 환경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손을 놓아야 했다.
방송국에서 30년 가까이 한길만 걸어온 뒤 프리랜서로 나선 쌤 역시 그 현실을 비켜 갈 수 없었다. 결국 3년 가까이 본업을 내려놓아야 했고, 생계를 위해 다시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해 새로운 일터로 향해야 했다. 그러니 쌤의 복귀 소식은 단순히 작품 하나를 시작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긴 겨울 끝에 마침내 되찾은 봄이다.
쌤을 만나자마자 짧은 포옹으로 반가움을 나눈 뒤 곧장 순두부찌개집으로 향했다. 긴 토크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먼저 배부터 든든히 채웠다. 식사를 마친 뒤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차에 쌤은 자신이 아는 카페가 있다며 내 손을 이끌었다.
카페 문을 여는 순간 커피 향보다 쌍화차의 은은한 향이 먼저 반겼다. 진열장에는 갓 윤을 낸 듯 반질반질한 개성주악이 정갈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잠시 후 친분이 있다는 여사장님이 쌤과 반갑게 근황을 나누며 저마다 다르게 고명을 얹은 개성주악을 정성껏 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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