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이라는 이름의 부산 이탈, 지역은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가

부산에 본사를 둔 에어부산과 한국남부발전의 통합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통합 저비용항공사 체계로 편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한국남부발전 역시 발전5사 통합 논의 속에서 본사 기능의 재배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부산항만공사 통합 논의까지 겹치면서 부산 지역사회에는 "핵심 기관들이 부산을 떠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지역에 있는 기관 몇 개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지역이 자기 경제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나는 이것을 지역의 '경제적 자기결정권'의 문제로 본다.
더 중요한 질문은 "결정권이 어디에 남느냐"
지역의 '경제적 자기결정권'이란 지역이 단순히 생산시설, 공항, 항만, 발전소, 공공기관을 보유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역이 자기 경제의 핵심 흐름을 기획하고 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한다. 다시 말해 지역에서 창출된 가치가 어디로 흘러가고, 어떤 산업에 재투자되며, 어떤 고용을 만들고, 어떤 기업 생태계를 키우며, 어떤 기술과 인재를 축적할 것인지를 지역사회가 스스로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지역의 '경제적 자기결정권'은 단순한 지역주의적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지역경제의 순환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조건이다. 지역에서 가치가 만들어져도 그 가치의 배분, 재투자, 산업전략, 조달, 인사, 연구개발, 네트워크 형성의 권한이 외부에 있다면 지역경제는 순환하지 못한다. 지역은 생산하지만 결정하지 못하고, 운영하지만 기획하지 못하며, 비용은 부담하지만 미래는 선택하지 못하는 종속적 공간으로 남게 된다.
따라서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핵심 산업이 재편될 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기관이 어디에 남느냐"가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결정권이 어디에 남느냐"이다. 본사는 단순한 주소지가 아니다. 본사는 결정권의 장소다. 본사에는 전략, 인사, 재무, 홍보, 법무, 조달, 연구개발, 데이터, 대외협력, 협력업체 관리 기능이 모여 있다. 본사가 빠져나간다는 것은 건물 하나가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두뇌와 신경망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에어부산 문제를 보아야 한다. 항공기가 부산에서 뜨고 내린다고 해서 부산이 항공경제의 주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노선 전략, 지역마케팅, 정비산업, 국제협력, 공항 연계 전략을 어디에서 결정하느냐이다. 통합 저비용항공사의 본사가 서울 중심으로 재편되고 부산에는 운항 기능만 남는다면, 부산은 항공 수요와 공항 인프라를 제공하면서도 항공산업의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는 도시가 된다.
한국남부발전도 마찬가지다. 발전시설이나 에너지 관련 기관이 지역에 있었다고 해서 지역이 에너지 경제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전환 전략, 연구개발, 인재 육성, 조달, 지역상생, 산업 연계 기능이 어디에 놓이느냐가 중요하다. 통합 이후 이러한 고부가가치 기능이 외부로 빠져나간다면 부산은 에너지 산업의 현장은 제공하되, 에너지 전환의 미래를 설계하는 권한에서는 멀어질 수 있다.
부산항만공사 통합 논의는 더 상징적이다. 부산이 해양수도라면 항만 전략은 부산의 산업, 물류, 해양서비스업, 도시 발전 전략과 결합되어야 한다. 그런데 항만공사를 통합해 중앙정부 중심의 획일적 운영 체계로 재편한다면, 부산항은 세계적 항만 인프라를 갖고도 자기 항만의 발전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구조에 놓일 수 있다. 해양수도라는 이름은 남지만, 해양경제의 결정권은 사라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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