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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긴 아까운 연극, 죽고 싶다던 청년이 살고자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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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긴 아까운 연극, 죽고 싶다던 청년이 살고자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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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햇살이 쏟아지는 아침에 친구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홍대 앞에서 '정거장'이라는 연극을 하는데, 같이 보러 안 갈래?"

그렇게 친구와 약속을 잡고 홍대입구역에 위치한 '다리소극장'을 찾았다. 아담하고 아늑한 극장 입구에서 팸플릿을 받아 들었다. '삶과 죽음의 엇갈리는 선택'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사전 지식도 없는 터라 호기심과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객석에 자리를 잡았다.

곧이어 막이 오르고, 저승사자 복장을 한 남자 배우가 나타나 현란한 마술쇼를 펼쳤다. 순식간에 관객들의 시선이 하나 되어 마술사의 손끝으로 모였다. 전문 마술사라 해도 손색없을 만큼 노련한 손놀림에 객석 여기저기서 탄성과 박수가 나왔다. 신선하고 유쾌한 발상의 시작이었다.

무대 위 '정거장'은 인간의 삶과 죽음의 경계 지점으로, 우리가 언젠가는 반드시 거쳐 가야 할 장소이다. 염라대왕의 주관 아래 있는 이 정거장에는 두 명의 역무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역무원의 역할은 이승을 떠나온 영혼들을 맞이하고 심판하는 일이다.

이날 정거장에 모인 영혼은 모두 넷. 수명을 다하여 자연사한 남자 노인과 중년 부인, 갑작스러운 사고로 우연사한 여고생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자살 청년이다. 염라국의 법전에 따르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는 정거장에서 심판을 받을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아 다시 이승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청년은 다시 살 이유가 없다며 완강히 버텼다.

"나는 저 외롭고 쓸쓸한 세상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테야!"

그 절절한 외침이 가슴을 찔렀지만, 정거장에 모인 다른 영혼들은 누구 하나 그의 말에 동조하지 않는다. 그들의 바람은 오직 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뿐이었다.

다만 자살한 청년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하나 주어진다. 자신을 제외한 세 명의 영혼 중 '살아야 할 이유가 가장 절실한 사람' 한 명만 선택해 대신 이승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권한이다. 이야기의 전개는 자연스럽게 세 영혼의 사연을 듣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사연을 듣는 내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무리 천수를 누려도 죽음이란 언제나 안타까운 이별을 낳기 마련이다.

살인죄로 수감 중인 중년 남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들이 탄원서를 낸 덕분으로 사흘간 휴가를 얻었다. 아들과 함께 평생소원이던 콘서트를 관람하다 심장마비로 숨졌다. "단 사흘만이라도 아들 곁에 머물고 싶다"라는 그의 절규가 소극장을 가득 채웠다.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등교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여학생 사연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살아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앞으로는 기계 대신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따뜻하게 살겠다고 울부짖었다. 아침에 엄마가 차려준 밥상을 외면했는데 먹어보고 싶다며 울자 객석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을 잃고 두 딸을 위해 고생만 하다 폐암 말기로 숨진 50대 엄마가 흐느꼈다. "엄마, 제발 눈 감지 마"라며 울던 딸들이 너무 보고 싶다고. 돌아가면 딸들과 그저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겠다며 관객들을 향해 눈물로 호소했다.

이제 그들의 운명은 자살한 청년의 손에 달렸다. 과연 청년은 누구를 선택할까. 목이 쉬도록 삶을 갈구하는 이들을 보며 청년의 마음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타인의 절절한 외침을 통해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하기 시작한 것이다.

청년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하지 못해 친구도 없이 단칸방에 갇혀 지내왔다. 의기소침하게 남과 비교하느라 우울증까지 겹친 청년은 비로소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좁은 밥상 앞에 둘러앉아 가족과 나눴던 소박하고 평범한 대화들을 떠올리며 울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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