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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난 뒤에도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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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난 뒤에도 삶은 계속된다

장애가 있는 무용수 '소영'은 무대에 오르기 위해 맹연습 중이다. 그녀에게 춤을 가르친 스승 '희정'은 제자의 꿈을 응원하며 일일이 동작을 보완하고 훈육한다. 연습할 때엔 열정이 넘치지만, 혼자 있을 때면 공연에 나서고픈 열망과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서 번민하는 시간이 거듭된다. 마침내 오랫동안 고대한 공연이 다가온다. 무대가 끝나면 그녀의 삶은 어떻게 될까? 반복되는 일상엔 변화가 생길까? 모든 건 다만 일장춘몽인 걸까?

주인공의 '노력'을 화면에 옮기는 카메라의 '노력'

한 명의 무용수가 스튜디오에서 열정적으로 연습에 임한다. 코치는 그녀의 자세를 교정하고 격려해준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안무에 여념이 없는 단정한 복장의 무용수는 다가올 공연에 대비하는 참이다. 어떤 완벽한 무대를 준비할까 화면을 응시하며 상상하던 관객은 조금씩 특별한 점을 발견한다. 유심히 살펴보니 코치와 대화할 때 말투가 어눌하고 기계처럼 빠르고 정확한 동작도 아니다. 그녀, '소영'은 사회 통념상 장애인이다.

뇌성마비 장애를 지닌 주인공은 특수학교를 마치고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가족의 돌봄과 보호를 받는 처지엔 변화가 없다. 자립을 위해 노력했지만,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채 30대를 훌쩍 넘겼다. 장애인에게 간간이 제공되는 '권리형 일자리'만으론 만족할 수 없었던 그녀에게 20대 시절 배웠던 무용이 번득 떠오른다. 춤을 가르쳐줬던 스승을 무작정 찾아간 소영은 춤을 배워 무대에 서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다. 당연히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가능한 일.

소영의 '노력'이 시작된다. 물론 더디고 힘들다. 주변에선 그녀가 낙담할까 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그런 미화가 부담스럽다. 자신이 비장애인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두려움은 이미 오랜 시간 경험으로 학습된 상태다. '칼 각'이 요구되는 무용 공연에 장애인인 자신의 한계는 너무나 뚜렷하다. 스승과 주변 사람들에게 그녀는 덕담이 아니라 지적을, 장밋빛 환호보다 따끔한 지적을 요청한다. 장애를 지녔다는 동정으로 퉁 치고 싶진 않다.

특훈과 더불어 주변 사람들과 관계성도 조금씩 공개된다. 물론 미주알고주알 신파를 조장하기 위한 내용이 아니라 최소한의 정보 제공에 그친다. 공연에 나설 수준인지 반신반의할 관객을 위한 전문가의 진단, 소영이 선보일 무대에 관한 상상력 조성을 위한 도움 정도다. 장애인 무용수의 훈련을 돕고자 영화 촬영현장에서나 보던 모션-캡쳐 기술도 등장한다. 그렇게 차츰 공연일이 다가온다. 마침내 떨리는 가슴 안고 스승과 꼭 손잡은 채 소영은 무대로 향한다.

무대 위의 불빛이 꺼진 뒤

소영은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스승과 더불어 조력한 이들과 해후가 짠하다. 하지만 스포츠 다큐멘터리의 '왕도'라 할 장엄한 공연 현장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제목 그대로 '소영의 노력', 즉 무대에 오르기까지 '과정'을 공들인 것에 비하면 스치는 찰나에 불과하다. '최종병기' 카드를 왜 이렇게 날려버리는 걸까? 혹시 기술 착오로 공연 촬영분이 삭제되기라도 했나 의심하던 관객은 아예 제작진이 해당 부분을 써먹을 생각이 아니었다는 결론에 도전하게 된다.

소영은 일상으로 돌아온다. 근사한 무대와 치열한 연습실을 벗어난 삶은 여느 평범한 한국 사회 장애인의 그것과 다를 게 없다. 도움 없인 일상을 영위하기 힘들기에 대개 집에 고립된 상태다. 텔레비전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엄마의 타박도 적잖게 듣는다. 날씨에 따라 의복을 차려입는 것조차 주변 손길이 필요하다. 그런 일상 풍경을 각인하는 건 동네 은행에서 제공하는 벽걸이 달력이다. 달력 하나가 주인공에게 부여된 '일상성'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그런 삶을 3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견뎌왔다. 무대에 오르기 위해 기울인 1년여의 노력은 소영의 생에서 짧은 '봄날', 순식간에 손바닥에서 새어나간 백사장 모래나 다를 바 없을 테다. 그 짧은 순간이 오히려 독이 되진 않을지 주변에서 염려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우리에게 예술이란 평범한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기예'에 가깝다. 비장애인이라도 비상한 노력만으로 오를 수 없는 경지, '노력'과 '재능', 여기에 '운빨'까지 따라줘야 겨우 잡을 수 있는 기회다.

소영은 무엇을 바라는 걸까? 그녀를 비추던 카메라 대신에 이제는 본인이 카메라를 이리저리 조작하며 자신과 주변을 찍기 시작한다. 주위의 도움이나 개입 없이, 주인공의 독백에 따르면 감독이 주문한 내용이란다. 그게 영화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며 회의적인 엄마의 툭 던지는 한마디에도 소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속내를 표현하기 시작한다. 장애인의 노력을 비장애인 시선으로 미화하거나 꾸미려는 필연적 방향을 극복하려는 이 영화의 드문 '태도'가 드러난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시간은 흐른다. 계절의 변화가 화면에 확연히 드러난다. 함박눈이 온 세상을 뒤덮지만, 소영은 여기저기 열심히 다닌다. 그녀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라면 당연시되는 일상의 형태를 의식적으로 벗어나려 사력을 다한다. 엄마가 일하는 장애인 시설 근처에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서도 눈 덮인 나무가 너무 아름답다며 자신은 '시설'이 아닌 '풍경'을 촬영한다고 강조한다.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다들 그렇게 생각했을 텐데, 고정관념이란 무서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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