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파트 규제 완화"·"도심 저이용 부지 활용" 공급 제언 쏟아져(종합)
[서울=뉴시스]홍찬선 변해정 정유선 이종성 기자 = 정부가 주택 공급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개최한 토론회에서 각종 규제 완화 등 지원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국토교통부가 14일 오후 개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경청 토론회'에서 기조 발제를 맡은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위축 요인을 해소해 주택공급 파이프라인을 복원하는 한편, 임대주택 공급 기반 확충과 서민·실수요자의 주거부담 완화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선 전문가, 공공기관 관계자, 일반 시민 등 60명이 모여 ▲비아파트 공급 회복 ▲민간정비사업 활성화 ▲도심 내 유휴부지 재개발·공공 택지 공급 촉진 방안 ▲공공택지에서의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적정 비율 ▲주거비 부담 완화 ▲도시건축규제 등 7가지 세부 주제를 두고 논의를 진행했다.
우선 비아파트 공급과 관련해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아파트는 아파트와 달리 전·월세시장과 민간임대주택시장, 다주택자 제도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금융·세제·임대정책을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수도권 비아파트 사업장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축소돼 이미 지어진 주택은 물론 착공을 준비하던 사업까지 멈춰서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비아파트를 위한 기금과 보증상품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아직 현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은 없는 상태"라며 "멈춰 선 사업장의 공급을 재개할 수 있도록 관련 상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세대·연립주택의 건축 기준도 현실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다세대주택은 주택으로 쓰는 바닥면적 합계가 660㎡ 이하, 층수가 4개 층 이하로 제한된다.
김 연구위원은 "현행 기준은 평균적인 아파트 층수가 10층 안팎이었던 1990년에 마련됐지만, 현재는 아파트가 20층을 넘어 60층까지 지어지는 시대"라며 "이러한 다세대 연립의 층수 제한이 너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지 면적을 충분히 확보하더라도 주거 연면적과 층수 제한으로 주택을 공급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국민이 품질이 좋고 안전한 비아파트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층수와 연면적 기준을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간정비사업과 관련해선 높은 공사비와 법적 불확실성이 정비사업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주택 가운데 노후 주택 비중이 약 48%에 달해 정비사업은 신규 주택 공급뿐만 아니라 주거 환경 개선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며 "서울의 정비사업 대상 2249개 단지 가운데 시공에 들어간 곳은 약 7%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사업장의 3.3㎡(1평)당 공사비가 사업 초기 500만원대에서 1300만원 수준까지 오르는 등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사업성이 크게 악화했다는 지적이다.
김 전문위원은 "공사비 변동성을 관리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를 재정비하고 자재 수급 협의체 등을 통해 공사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정비사업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국토부가 관련 기준과 범위를 명확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덕례 연구위원은 이주비와 관련해 "예정했던 것보다 대출이 갑자기 줄어들면서 당장 이주해야 하는 조합원들의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비사업 자금조달은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과 성격이 다르고 사업비의 성격도 있어 일반 주담대와 차등해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와 시민 참석자 역시 이주비 조달 문제로 정비사업장에서 곤란을 겪고 있다며 대출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도심 내 유휴부지 재개발·공공 택지 공급 촉진 방안으로는 정비사업·신규 택지 개발에 이은 '제3의 공급 축'을 세워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주택부동산연구본부장은 "준공업지역 등 도심 내 저이용되고 있는 부지를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며 "서울시나 정부에서 이미 준공업지역에 대해 법정 용적률 상한 적용 등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지만, 용도 전환을 포함한 보다 획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진 대한토지신탁 리츠1본부장은 도심 유휴부지를 둘러싼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갈등이 이어지는 현실을 지적하며, 미국의 주택공급촉진법을 대안으로 소개했다.
그는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인허가 등을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리거나 인허가 부분을 해결하면 별도 기금에서 추가 재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라며, "주택 비율이나 사업성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갈등을 빚기보다 이런 유인 구조로 전체 틀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대 공급과 관련해선 기업형 민간임대와 등록임대사업자 등 민간의 공급 역량을 적극 활용하자는 주장과 공공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왔다.
조강태 MGRV(맹그로브) 대표는 "서구권의 학자들은 공공, 사회주택, 민간이 모두 공급을 하면서 경쟁할 때 오히려 주거 안정이 된다는 가설을 가지고 얘기하고 있다. 현재는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을 뒷받침할 제도와 활성화 방안이 부족해 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건축비와 금리가 모두 오른 상황일수록 공공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며 "2022년 이후 공공분양과 공공임대 공급이 크게 줄어든 만큼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중심으로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신혼부부의 주거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는 전세보증금을 주택가격의 70% 이내로 제한하고, 공공이 지역과 주택별 적정 임대료 정보를 제공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해 도시 계획과 건축 규제의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토론회 말미 최인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은 비아파트 특례보증 신설·분양대출 개정 등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전세사기·월세 안정을 아우르는 새 제도를 국토부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도심·청년 주거 문제 해소, 이헌욱 한국부동산원장은 데이터 홍보에 각각 힘쓰겠다고 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곧 있을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에 오늘 나온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이번에는 정말 부동산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mania@newsis.com, hjpyun@newsis.com, rami@newsis.com, bsg05107@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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