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사업 하나도 달라진다, 주민자치가 '자치'가 되려면
지난 3월, 국회에서 주민자치회의 법적 위상을 높이는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예전에는 주민자치회가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명시되고 시범운영 성격을 지녔으나, 이제는 일반법률인 '지방자치법'으로 주소를 이전하고 시범 단계를 지나 본격 시행된다.
지방자치법 개정에 대한 주민자치 활동 단체와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기대가 무척 높다. 2021년부터 주민자치회를 지방자치법에 명시하고 역할도 강화하자는 운동을 벌여온 '주민자치법제화 전국네트워크'는 1차 목표를 달성했다며 환영했고, 행정안전부는 주민자치회가 13년 만에 시범운영을 종료하고 본격 가동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보도자료 제목을 '주민자치회 대전환!'으로 뽑았다.
주민자치회 대전환?
분명,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은 주민자치 역사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다. 하지만 이를 '주민자치회 법제화'라고 부르는 건 법 개정의 내용을 지나치게 포장하여 오해를 줄 수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내가 만난 주민자치회 임원들은 주민자치회 관련 법이 없었는데 이제 법적 근거가 생겼다고 이해하기도 한다. 실제는 새로 법제화된 것이 아니라 주민자치회 법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주민자치회의 법적 주소지가 특별법에서 일반법으로 이전하였고, 시범 사업에서 본격 사업으로 격상되었다.
반면 이번 법 개정의 한계도 분명하다. 기존 특별법처럼 지방자치법에서도 주민자치회 설치는 "읍면동에 둘 수 있다"는 임의 규정이다. 주민자치회가 풀뿌리 자치의 기본 조직이라면 당연히 "설치한다" 여야 하건만 선택으로 남겨두었다. 주민자치회의 '대전환'이라고 말하기에는 법조문이 약하다.
주민자치회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 문구도 여전히 "할 수 있다"이다. 주민자치회는 풀뿌리 조직으로 자율권을 가지지만 지역 활동을 위해서는 사무 역량 지원이 절실하다. 현재 전국에서 활동하는 주민자치회 대부분이 사무국 자원이 빈약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민자치회의 자치권은 존중하되 기본 사무 인력은 공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하지만 개정 지방자치법도 기존 특별법과 동일하게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에 머문다. 이러니 법의 옷만 바꾸었을 뿐 내용에선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주민자치회 법제화'에 담긴 혁신 열망
그런데도 주민자치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지방자치법 개정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법 개정 조문 내용보다는 그간 주민자치회가 제대로 활동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고, 이것을 법 개정으로 표현하였다고 볼 수 있다. '주민자치회 법제화'로 부르고 싶을 만큼 현격한 변화를 원하고 있는 거다.
실제 법 개정을 전후하여 주민자치회 변화를 향한 발걸음이 활발하다. 우선 2021년부터 주민자치 학계와 현장 활동가들이 '주민자치회 법제화 전국 네트워크'를 만들어 활동하였고, 이제는 법 개정을 계기로 실질적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도 '주민자치권 확대'를 국정과제로 정하고 주민자치회 법적 위상 강화, 주민 선택 읍면동장 임용제 시범 실시, 주민소환제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대통령 직속인 지방시대위원회는 혁신자치전문위원회를 구성하여 주민자치회 혁신 방안을 논의하였으며, 지난 6월에는 주민자치회 역할을 확장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안전부 '참고 조례'가 발표되었다.
이 참고 조례는 정부가 발간한 문서이지만 진취적 주민자치 학자들과 활동가들의 노력이 깃든 조례 모델이다. 참고 조례대로 지자체 조례가 개정되고 실제 주민자치 활동으로 이어진다면 한국의 주민자치는 풀뿌리 자치로서 성큼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주민자치회가 민생행정도 협의하고 위탁도 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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