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안 된다? 일본 왕실의 '남성 중심' 기준이 불러온 후계자 위기

지금 일본에서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성골남진(聖骨男盡)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적 준비 작업이 전개되고 있다. <삼국유사> 왕력(王曆) 편은 신라 선덕여왕의 즉위 배경을 언급하면서 "성골 남자가 없어져서 여왕이 옹립된 것"이라고 기술한다. 일본인들이 걱정하는 것은 왕위계승권자가 없어지는 상황이다.
일본 헌법 제2조는 "황위는 세습되는 것이며, 국회의 의결을 거친 황실전범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를 계승한다"고 규정한다. 황실전범 제1조는 "황위는 황통에 속하는 남계(男系)의 남자가 이를 계승한다"고 선언한다.
어머니 쪽이 아닌 아버지 쪽으로 일왕의 피를 물려받은 남자에게 왕위계승권이 있다고 황실전범은 선을 긋는다. 공주의 몸에서 태어난 남자는 왕실이 볼 때 여계 남자이므로 위 규정에 따라 왕위계승에서 배제된다.
위 전범 제2조는 왕위계승권자의 신분을 제1호에서 제7호까지 열거한다. 이에 따르면, 일왕의 장남(제1호), 장손(2호), 장남의 또 다른 자손(3), 일왕의 차남 및 그 자손(4), 일왕의 기타 자손(5), 일왕의 형제 및 그 자손(6), 일왕의 백부·숙부 및 그 자손(7)의 순서로 계승권을 갖는다.
아들 없는 나루히토 일왕 후계자는 3명
이 기준에 의거해 현재의 나루히토 일왕을 이을 수 있는 후계자는 세 명이다. 나루히토는 아들 없이 아이코 공주만 뒀기 때문에 그 셋은 모두 나루히토의 직계가족 밖에 있다.
1순위는 나루히토의 동생인 후미히토(1965년 생)이고, 2순위는 후미히토의 아들인 히사히토(2006년 생)이고, 3순위는 나루히토의 숙부인 마사히토(1935년 생)다. 후계자가 아직은 셋이지만, 청년 후계자는 20세인 히사히토뿐이다.
아이코와 더불어, 후미히토의 딸인 가코까지 감안하면 청년 후계자는 셋이다. 이렇게 보면 후계자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남계 남성만 인정하는 황실전범하에서는 청년 후계자가 하나뿐이므로 성골남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게 됐다.
지난 4월 14일 자 <마이니치신문>의 기사 제목인 '여성 천황 찬성 61%, 반대 9%'에도 나타나듯이, 일본 국민들은 여성 일왕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정치권은 다르다. 정치권은 대체로 현재의 계승원칙을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만약의 상황이 생길 것 같으면 촌수가 먼 남자 왕족을 입양해 계승 문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치권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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