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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힘들게 생각을 해야하죠?" 학생 질문에 놀란 교수가 내놓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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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힘들게 생각을 해야하죠?" 학생 질문에 놀란 교수가 내놓은 답

"교수님, 이렇게 답이 빨리 나오는 시대에 우리가 왜 굳이 힘들게 생각해야 하나요?"

어느 날 한 학생이 물었다. 홍진기 교수(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는 그 자리에서 몇 마디 답을 했지만,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날 이후, 그는 책 <사고외주>를 썼다. 출판사에 직접 투고까지 하며 학생의 질문에 대답하고자 애썼다. 미국 체류 중인 지난 10일 <오마이뉴스>와 진행한 화상인터뷰에서 "이 책이 그 학생에게 '좋은 답'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의미 있는 답 중 하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AI(인공지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세상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딸깍' 클릭 한 번이면 수많은 답변과 결과물들이 쏟아지는 중이다. 홍 교수는 이를 AI라는 기술이 우리의 배경, 즉 일상의 조건이 되어버렸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삶은 매끄러워지고, 결정은 빨라지며, 불필요한 고민은 사라진 것(책 38쪽)"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우리는 불안해지고, 무능해지고, 위험해진다고도 우려한다.

우리는 AI를 쓰는 동안 '내가 강해졌다'는 감각을 자주 경험합니다. 시간을 벌어주고, 가능성을 넓혀주고, 실험의 비용을 낮춰줍니다. 하지만 자율성과 관계성은 대신 만들어주지 못합니다. 더 많은 일을 해낼수록 자율성은 조용히 줄어들고, 관계성은 더 옅어집니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메시지를 보내지만 한 사람과 깊이 머무르는 시간은 짧아집니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결정을 내리지만 그 결정을 내가 했다는 감각은 흐려집니다. 그래서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더 많이 성취하는 동시에 더 공허해질 수 있습니다.

- <사고외주>, 142~143쪽

'AI를 쓰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홍 교수는 인터뷰 내내 "AI 툴(도구)"라는 표현을 자주 써가며 "AI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잘 활용해야될 존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일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신이 그러고 있는지도 잘 모르게끔 받아들이는 순간이 올까봐 두렵다"고 했다. 그는 "AI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답변'이 아닌 '좋은 생각'을 만드는 고민들을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뚝딱' 나온 보고서... "제가 의도한 것은 하나도 안 만들어져"

- 학생들의 보고서에서 '사람이 사라졌다'고 느끼면서 책을 쓰게 됐다고 들었다. 어떤 '장면'이 있었나.

"어떤 특정한, 엄청난 순간이 있었다기보다는 '불편한 시간'이 꾸준히 누적됐다. 학생들과 글이나 말로 소통하면서 개개인의 성향, 수준, 특징을 잡아내왔는데, 어느 순간 제가 14년 간 교수를 하면서 학생들을 파악해온 방법들이 어색해졌다. 처음에는 '이 친구가 참 열심히 했구나, 내 코멘트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구나' 그런 착각이 있었는데 한 명, 두 명 점점 쌓여가면서 서로 다른 학생들이 상당히 비슷한 패턴으로 답하고, 이 친구가 이것을 알면 당연히 저것도 알아야 하는데 모르고, 학생들 스스로는 '내가 다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좀 이상했다. 비단 제 학생들만의 얘기가 아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점점 자기를 발전시킬 기회가 없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다루고 싶었다."

- 요즘 20대들은 AI를 어떻게 쓰고 있는 건가.

"단적인 예를 하나 들겠다. 저는 커다란 종이 한 장을 자유롭게 구성해서 특정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포스터 발표'를 좋아한다. 그런데 올 1학기에 학생들이 포스터 발표 자료를 15분~30분 만에 AI로 '뚝딱' 만들더라. 포스터 발표는 여러 개의 포스터 중에서 내 포스터가 사람들 눈에 띌 수 있도록 그림과 글, 여러 구성을 통해서 잘 전달해야 하고 나름 결론을 잘 표현하기 위한 여러 고민이 들어간다. 어떻게 보면 발표에서의 종합 예술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발표하는 법, 생각하는 법, 전공에 대해서 파고 드는 공부까지도 다양하게 학습하고 연습하기를 바랐는데 그냥 AI 툴(도구)에다가 집어넣고 이미지까지 만들어 달라고 해버리면, 제가 의도했던 게 하나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학생들 발표를 보면서 놀랐다."

- 과학자로서는 어떤 변화를 체감하나.

"저는 사실 AI를 정말 많이 사용한다. 정보를 찾을 때 도움이 많이 되고, 생각의 다양한 옵션(선택지)들을 제안해준다. 그런데 저는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공부해왔고, 깊이 있는 지식을 많이 쌓은 상태여서 AI가 얘기해주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판단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제 전공분야와 전혀 상관 없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노르웨이 피요르드에 여행을 간다고 할 때 서로 다른 AI 툴에게 질문한다면, 답변을 그냥 흡수할 거다. 이러다 보면 아무런 필터 없이 잘못된 정보를 신뢰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일들을 어릴 때부터 반복한다면 내가 AI 툴을 쓰는 것일까, 아니면 AI가 나의 사고를 이끄는 것일까? 사회적으로 고민해봐야 되는 부분이다."

너무 편한 AI... "생각이 자라기 전에 결과물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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