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삶이 오롯이 인문학으로 녹아 있네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를 읽고 처음 드는 생각, 두껍지도 않은 이 한 권의 책에 인문학을 이렇게 오롯이 담을 수 있을까? 역사에서 정의가 외면당하는 것에 대한 분노가, 삶의 방향을 되찾아 주는 철학이 문학 작품을 읽는 감동이 이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책임을 묻지 않는 우리 사회에 대한 분노
우리 옛말에 '맞은 놈은 발 뻗고 자도 때린 놈은 발 뻗고 못 잔다'라는 말이 있다. 이제는 아닌 것 같다. 때린 놈이 역사 평가 운운한다.
1975년 4월 9일, 인혁당 사건으로 희생된 이날을 비판적으로 기리기 위해 국제법학자협회는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양심 살아있어야 할 최고의 사법부, 대법원 재판관 13명 중, 단 한 명의 재판관을 제외하고 모두 사법살인에 동참하였다. 당시 재판장이었던 민복기는 1978년 정년 퇴임하면서 '내 재임 시의 공과는 후세의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인혁당 사건은 2007년 1월 23일 재심청구에서 무죄로 판결이 났다. 역사가 심판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하수인의 대가로 온갖 명예와 부를 누리면 살아 놓고, 하수인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면 되나? 우리 역사는 그 심판을 외면하고 있다. 그래서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가? 강순희님도 이러한 현실에 아직도 분노하고 있다.
피해자들 보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해자 혼쭐내는 것도 꼭 해야 한다는 거예요. --- 아니, 왜 피해자는 계속 당하고 가해자는 처벌 안 받아요? 우리 사회는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아!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도둑놈도 도둑질한 것만 빼면 착하다'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도둑놈도 효자이고, 의리가 있을 수 있지만, '도둑질'하였다는 근본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도둑놈은 어떤 이유에서든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없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생명'과 '자유'이다. 권력으로 '생명'을 빼앗고, '자유'를 억압하고 이룬 성취는 진정한 성취가 될 수 없다. 강순희님은 이 점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이름 없고, 힘없고, 보잘것없는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정치 제물로 삼는다면 그 제물 위에 피는 꽃은 무슨 꽃이 피더라도 향기 없는 꽃이요, 빛깔 없는 꽃이요, 생명력이 없는 꽃일 겁니다.
인생은 진인사대천명
내가 철학책을 읽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삶의 방향을 찾고, 그래서 좀 더 가치 있는 삶을 찾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내가 책을 읽고 삶의 방향을 세운 것은 '진인사대천명'이다.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먼저 신을 찾아 소원을 비는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데까지 다하고 난 뒤에 결과를 조용히 기다리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다.
강순희님을 삶을 읽고 나니, 나는 '진인사대천명'을 마음속으로만 새기고 살아왔던 것 같다. 강순희님의 삶 하루하루가 진인사대천명이었다.
자기한테 주어진, 자기 앞에 펼쳐진 운명을 열심히 살아가는 거, 그게 인생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과 현실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서 극복하며 사는 것, 그게 인생이다. 어려운 문제가 생겨도, 장애물이 닥쳐도, 원망 같은 거 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거다. 그런 게 쌓여 인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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