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가족들이 일본 편의점을 털 때 내가 고민한 것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어떤 것들은 '내가 그 일을 했다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다시 하라고 하면 어떤 것들은 몸서리부터 치게 된다. 이번 여행이 그랬다. 오랫동안 벼르고 별렀던 가족여행이었다.
지난해 한 지인이 같이 외국에 나가자고 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의 오랜 소원이라 했다. 먼 곳은 부담스럽고 '일본이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마침 우리집 첫째가 한 애니메이션을 보고 난 뒤 '오키나와' 노래를 불렀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해서 오키나와로 정했다. 오키나와는 남북이 뱀처럼 긴 섬이다. 길이가 130km다. 고구마처럼 생긴 제주도와 달리 샛길이란 게 없다. '쭉' 올라갔다가 '쭉' 내려와야 한다. 유명한 관광지는 남쪽 아니면 북쪽. 그래서 숙소를 정할 때 고려사항이 많다.
날짜는 항상 그랬듯이 아내가 정했다. 6월 초. 기간은 3박4일. 헌데 동행인이 바뀌었다. 일본에 가자고 한 지인 대신 오랜 친구인 '서영'(가명)이 함께 했다. 어른 3에 아이 2. 인원이 애매했다. 다섯 명은 방 하나로는 부족하고, 택시를 타도 한 대는 '빡빡'했다. 교통수단은 렌트카, 숙소는 첫날, 둘째 날은 북쪽에, 마지막 날은 공항 근처이자 최대 도시 나하가 있는 남쪽으로 정했다.
드디어 출발일. 떠나기 전엔 그 날이 언제 오나 싶은데 막상 당일이 되면 시간은 참 빠르다고 느낀다. 인천공항 단기주차장에 진입하지 못해 한 바퀴 돈 건 가벼운 해프닝이었다. 다들 기분이 좋았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었다.
돌발 상황에도 "괜찮다"는 일행들
오키나와 나하 공항 도착. 일단 유심을 갈아 끼워야 했다. 이런. 유심을 꺼낼 핀이 안 보였다. 가방을 탈탈 털었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때마침 서영은 '이심E-sim 불가 기종'이라는 안내문을 받았다. 인터넷 없이 여행한다는 건 참 불편한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공항 내 유심 가게에서 사기로 했다. 생각보다 비싸 눈물이 '찔끔' 났다.
이때 일본어 능통자인 서영이 순발력을 발휘했다. 혹시 옷핀이 없는지 가게 직원에게 물었다. 직원이 웃으며 옷핀을 꺼냈다. 그걸로 유심칩 교체 성공. 이건 역시 작은 사건이었다. 렌트카를 타려면 길을 건너야 했다. 건널목을 못 찾아 한참을 헤맸다. 이것 역시도 앞으로 닥칠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초1, 초2인 아이 둘은 노느라 바빴고, 아내와 서영도 표정이 밝았다. 이 정도 돌발상황에 굴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첫 번째 대형 사건은 렌트카 사무실에 도착하고서 터졌다.
"국제운전면허증은요?"
헉. 그걸 놓치다니. 한 달 넘게 여행계획을 짰는데, 가장 중요한 걸 놓쳤다. 국제운전면허증은 경찰서나 운전면허시험장에서 따로 발급해야 한다. 과거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 몇 차례 외국에서 운전했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운전면허증은 영문 운전면허증을 뒷면에 인쇄할 수 있게 만들었다. 요즘 나오는 영문 겸용 운전면허증만으로도 별도 발급 없이 대략 69개국에서 운전이 가능하다.
아마 이 정보가 판단에 혼선을 주면서 국제운전면허증에 대한 생각을 싹 지워버린 게 아닌가 싶었다. 일본은 영문 운전면허증 대상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반드시 경찰서나 운전면허시험장에서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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