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뉴스백과
오늘의 이슈홈라이브뉴스ONP 브리핑
뉴스로 배우기커뮤니티회사학술과학정부용어사전피드 제보내 편향
...

오픈뉴스백과

집단지성 기반 뉴스 검증 플랫폼. 다양한 시각으로 뉴스를 이해합니다.

서비스

오늘의 이슈홈라이브뉴스정부과학학술용어사전소개

법적 고지

개인정보처리방침이용약관콘텐츠 이용 안내

문의

문의하기

본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뉴스 콘텐츠의 저작권은 각 언론사에 있으며,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지합니다.

RSS 피드를 통해 수집된 콘텐츠는 각 원저작자의 라이선스 조건을 따릅니다. 오픈 라이선스(CC-BY 등) 콘텐츠는 해당 라이선스에 따라 출처를 표기합니다.

오픈뉴스백과는 뉴스 집계 및 검증 플랫폼으로, 개별 기사의 내용에 대한 책임은 해당 언론사에 있습니다.

이용자가 작성한 피드백, 팩트체크, 독자 제보 등의 콘텐츠에 대한 책임은 해당 작성자에게 있습니다.

콘텐츠 제거·정정이 필요하시면 문의하기에 남겨 주세요.

© 2026 오픈뉴스백과 (OpenNewsPedia). All rights reserved.

뉴스 목록
미디어 커버리지1건1개 미디어
오마이뉴스
정치
진보 성향

비상계엄과 아내의 죽음, 그때 우리가 잃게 되는 것

오마이뉴스
비상계엄과 아내의 죽음, 그때 우리가 잃게 되는 것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당신이야? 지금 여기 있는 거야?"

2024년 12월, 비상계엄이 선포된 다음 날, 몽골사를 연구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 남자(이원영 분)는 생일을 맞아 아내(임정은 분)가 차려준 아침을 먹으며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나 집을 나선 아내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일상은 한순간에 멈춘다. 장례를 치른 뒤 남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실어증에 걸리고, 기계음에 의지해서만 대화할 수 있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죽은 아내의 흔적이 집 안에 번지는 희미한 빛과 낮은 허밍을 통해 감지된다. 남자는 아내와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잃어버린 목소리를 대신할 새로운 소리를 찾으려 한다. 그렇게 영화는 계엄 선포 직후 아내를 잃은 한 남자가 말과 일상,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 꿈꾸었던 미래까지 차례로 잃어가는 시간을 따라간다.

영화 <미명>을 처음 마주한 것은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였다. <희망의 요소>와 <절망의 요소> 등의 작품을 통해 현실을 낯선 방식으로 재구조화해 온 이원영 감독이 비상계엄 직후 만든 작품이라는 사실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실제로 마주한 영화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비상계엄이라는 국가적 사건을 아내의 죽음이라는 개인의 사적인 경험과 감각을 통해 풀어내면서, 사건을 직접 재현하지 않고도 그날 이후 우리가 공유하게 된 감정에 정확히 도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미명>은 당시의 광경이나 사건의 전모를 재구성하는 방식 대신, 그 이후에도 남아 있는 낯섦과 불안한 감각에 주목한다. 당연하다고 믿었던 세계를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신뢰할 수 없게 된 사람의 상태를 시각과 소리로 옮겨놓는 것이다.

02.

이원영 감독은 계엄이 선포되던 시각, 지방에서 강의를 마치고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회상한다. 평소와 달리 텅 빈 도로 위에서 그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낯섦을 느꼈고,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는 현실과 마주했다고 한다. 당시 경험한 감각은 이 영화의 시작점이 되었다. 이는 영화가 비상계엄이라는 공적 사건을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라는 사적 상실과 나란히 놓는 이유와도 맞닿는다. 국가의 질서가 흔들리는 일과 부부의 일상이 무너지는 일은 분명 서로 다른 원인과 규모에 속하지만, 두 사건이 한 인간에게 남기는 감각의 형태는 닮아 있다. 당연하게 계속되리라 믿었던 세계가 예고도 없이 중단되고, 이후에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는 감각이다.

급하게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선 남편이 시간이 흐른 뒤 검은 정장을 입고 돌아와 바닥에 엎드려 우는 장면 이전을 돌이켜보면 좋겠다. 아내는 혼자 식사할 남편을 위해 아침상을 차리고, 생일을 맞은 그와 저녁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식사를 마친 남편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식탁을 정리하고, 두 사람은 이것이 마지막 아침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뒤이어 걸려 온 전화 한 통은 이 모든 시간을 단숨에 회복할 수 없는 과거로 만든다. 평범함이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라기보다 지금의 생활이 앞으로도 계속되리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있는 상태인지도 모르겠다. 사건은 그 지속 가능성을 훼손함으로써 특별하지 않았던 일상의 동작들을 뒤늦게 상실의 증거로 바꿔놓는다.

식탁 너머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비상계엄 속보 역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일상을 절단한다. 민주적 제도와 헌정 질서가 위협받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언제나 존재했겠지만, 그것이 실제로 한밤중의 선언이 되어 우리의 일상에 도착하리라고는 좀처럼 믿기 어려웠다. 그러나 사건은 당연하게 여겨온 질서가 단 한 사람의 결정과 짧은 선언에 의해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아내의 죽음과 계엄 선포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없으며, 영화 또한 두 사건을 동일한 사건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다만 <미명>은 우리가 의지해 살아가는 관계와 제도가 생각보다 연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두 사건이 남기는 공통의 감각으로 포착한다. 한 사람의 부재가 부부의 사적인 세계를 무너뜨리고 계엄 선포가 그들이 살아가는 공적 세계의 안정성을 흔들면서, 서로 다른 규모의 두 붕괴는 한 집의 식탁과 텔레비전 화면 안에서 동시에 발생한다.

전체 내용보기 ...

전문 보기

이 뉴스, 어떠셨어요?

탭 한 번으로 반응 · 로그인 불필요

관련 뉴스

관련 뉴스 제보는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politics' 카테고리 뉴스

승선 피하려 숙소 탈출하다 추락…외국인 선원 1명 사망·1명 중상

노컷뉴스

여야, '투표용지 부족 사태' 48일만에 특검법 합의

노컷뉴스

최교진, 아세안+3 교육장관회의 공동의장…AI 교육협력 논의

노컷뉴스

오마이뉴스의 다른 기사

[영상] 손솔, 검찰 직접수사권 폐지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

오마이뉴스

샹들리에와 벽난로까지, 옛 서울역에 이런 공간이?

오마이뉴스

AI 에이전트 '딥코드', 클로드를 정면 겨냥

오마이뉴스

피드백

피드백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