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복수를 꿈꾸지 않는다... 다만, 되돌려줄 뿐

재앙은 언제나 비와 함께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버린 것들이 비를 만나 바다로 흘러가는 순간, 비로소 재앙은 시작된다. "기회는 일출과 같아서, 너무 오래 기다리면 온 세상이 이미 타버린 뒤에야 눈을 뜨게 된다." 미국의 작가 윌리엄 워드는 시기를 놓친 깨달음의 잔인함을 일출에 비유했다.
재앙은 언제나 인간이 알아채지 못하는 것보다 한 걸음 더 빠르게 걷고, 우리는 늘 소를 잃고 나서야 텅 빈 외양간의 문고리를 붙잡고 통곡한다. 환경은 오래전부터 조용히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자연이 보내는 미세한 균열을 잠시의 불편쯤으로 여기며 지나쳐 왔다. 그 무심함의 대가는 이제 먼바다의 우화가 아니라 완도 섬사람들의 삶을 위협하는 현실이 되었다. 하늘이 퍼부은 장맛비가 육지 곳곳에 쌓여 있던 문명의 오물들을 단숨에 쓸어내릴 때, 완도 바다는 인간이 버린 거대한 쓰레기들의 잔인한 종착지가 된다. 비는 죄가 없다. 다만 인간이 만든 오염을 가장 빠르게 바다로 실어 나르는 통로가 될 뿐이다. 장마는 자연의 재앙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비추는 거울이다.
진짜 상처는 하늘이 퍼부은 빗물이 하천을 타고 육지의 온갖 폐기물들을 바다의 품으로 밀어 넣는 그 순간부터 수면 아래에서 차오른다. 폭우를 틈타 밀려든 거대한 황톳물은 단순한 흙탕물이 아니다. 그 속에는 인간이 무심히 버린 미세플라스틱과 화학물질, 육지에서 통제하지 못한 생활 쓰레기의 독성이 뒤엉켜 있다. 이 오염된 물길이 전국 전복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금일읍과 노화읍, 보길면의 청정 가두리 양식장으로 들이닥치는 순간 바다는 본래의 생명력을 급격히 잃기 시작한다.
육지발 오염물질과 뒤섞인 물속에서 자식처럼 키운 전복들은 숨을 쉴 산소를 빼앗긴 채 하얗게 질식해 가고, 탁한 오물층은 바다의 빛을 가로막아 수확을 앞둔 다시마와 미역의 몸을 흐물흐물하게 만든다. 이것은 단지 한철의 어획량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수년간 공들여 키운 삶이 무너지고, 한 가정의 생계가 흔들리며, 결국 지역경제와 공동체 전체가 함께 상처 입는 연쇄적인 재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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