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구한 구조견, 은퇴 후엔 누가 책임지나?
공항에서 마약을 탐지하고, 재난 현장에서 실종자를 찾고, 범죄 수사와 군 작전에 투입되는 동물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사역동물'이라고 부른다. 사역동물은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위험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역동물의 활약에는 박수를 보내면서도 그들이 겪는 위험과 은퇴 이후의 삶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인간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동물들이 정당한 보호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사역동물은 군견, 경찰견, 마약탐지견, 구조견, 안내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이들은 뛰어난 후각과 신체 능력을 활용해 인간이 수행하기 어려운 업무를 담당하며 사회 안전망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구조견은 지진이나 붕괴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를 찾고, 탐지견은 마약과 폭발물을 발견하며, 군견은 위험 지역에서 군인들과 함께 작전을 수행한다. 이들의 활동은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헌에도 불구하고 사역동물을 위한 제도적 보호는 충분하지 않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역동물
우리나라 민법은 동물을 독립된 권리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재산의 한 종류로 분류한다. 현행 민법 제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규정하여, 생명체인 동물 역시 법적으로 '물건'에 속한다. 동물을 생명체로서의 독자적인 법적 지위로 격상시켜 사역동물을 국가의 내구재나 소모품이 아닌 권리와 복지의 주체로 대우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한다.
또한 사역 동물의 은퇴 이후 삶의 구체적 제도화 및 국가지원도 부족한 현실이다. 은퇴 후 관리 주체(국방부, 관세청, 소방청 등)가 분산되어 있고 이들의 노후 치료비와 돌봄을 지원하는 통일된 법적, 재정적 제도가 부실하다.
이로 인해 민간 입양 가정은 고령 사역동물의 상당한 의료비 부담을 떠안고 있다. 동물보호법 내에 '은퇴 사역동물 복지 지원' 조항을 신설하고 은퇴견을 분양받은 가정이나 지정 관리기관에 정부 예산으로 매년 현금성 의료비 및 관리비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훈련 및 임무 과정에서의 학대 방지 및 스트레스 통제와 관련된 법이 부족하다. 신체적 구타나 굶김 등 직접적인 학대 행위 위주로만 단속될 뿐, 사역동물의 특성상 발생하는 과도한 훈련, 휴식 시간 미비, 정서적·생리학적 스트레스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보호 기준이 없다. 일일 최대 훈련 시간, 필수 휴식 보장, 정기적인 생리학적 스트레스 수치 점검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여 과도하게 동물을 혹사시키는 행위를 법적 학대 범주에 포함해야 한다.
또한 사역동물 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 시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등 비교적 낮은 수위의 처벌이 내려지는 사례도 있어 처벌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공공의 목적을 가진 사역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는 국가 자산과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임에도 가볍게 처벌된다. 국가 및 공공기관의 사역동 물을 학대하거나 훈련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는 실형 중심의 엄중 처벌(예:1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하도록 하한선을 신설해야 한다. 더불어 관련 학대 전과자는 향후 모든 공직 및 동물 관련 직종에 취업할 수 없도록 법적 제한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
생명을 걸고 일하는 구조견
재난 구조 현장에서 활동하는 구조견들은 붕괴 건물, 화재 현장, 산악 지형 등 위험한 환경에 투입된다. 이 과정에서 낙하물, 유독물질, 화상, 골절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며 실제로 임무 수행 중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는 사례도 많이 볼 수 있다.
예로 2023년 튀르키예 남동부 및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인한 수많은 건물 잔해 속에 구조견들이 투입되었는데 인명구조 활동을 하던 구조견 프로테오는 사망하였고 한국 긴급 구조대에서 구조활동을 하던 토백이는 오른쪽 앞발에 부상을 입고 응급처치를 받은 후 수색을 이어갔다.
이 작은 영웅들은 온몸에 상처를 입어가며 기적을 만들어내지만 정작 우리는 이들의 삶에 너무나 무관심하다. "기특하다", "고맙다"라는 찰나의 찬사가 지나고 나면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은퇴 후에는 어떻게 나이 들어가는지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생사의 기로에서 인간의 손을 잡아준 구조견들에게 이제는 우리가 따뜻한 복지와 관심이라는 손을 내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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