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 3시간 19분…'런약사'의 특별한 건강 처방전
"힘들 때 달리기가 생각나요. 힘들 때 박카스를 찾는 것처럼요."
최근 러너들에게 '성지'로 통하는 약국이 있다. 유튜브 채널 '런약사'를 운영하는 정보라 고수(高手)가 대표 약사로 일하는 곳이다.
약국 문을 열고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덧 러너 손님과 마라톤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근육통·영양제 상담은 물론, 러닝 훈련법까지 묻는 러너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유튜브 채널 역시 수많은 러너의 필수 시청 목록이다. 직접 달리며 얻은 경험을 들을 수 있고, 약학 지식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고수에게 러닝은 운동을 넘어선 존재가 됐다. 지치고 마음이 무거울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활력소다. '페이스메이커'는 정 고수와 함께 달리며 '러닝 스토리'를 들어봤다.
지난달 중순 서울 여의도 원효대교 남단.
정 고수는 이날 '러닝 인터뷰'를 앞두고도, 이미 몸이 충분히 풀린 상태였다. 이유를 묻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오늘 새벽에 16㎞를 뛰고 왔어요."
그럼에도 10㎞를 더 뛰자고 먼저 제안했다. 기자와 함께 평균 페이스 5분 23초의 속도로 여의도 일대를 한 바퀴 돌았다. 정 고수는 이날 오전에만 26㎞를 달렸다.
기록 향상을 위한 훈련은 매일 새벽 이른 시간부터 시작된다.
"매주 화요일, 목요일 새벽 4시 30분에 현충원 뒷길에 있는 서달산을 뛰고 있어요. 산을 뛰면 금방 심박수가 올라가잖아요. 그런 훈련을 하면 더 빨라질 것 같아서요."
정 고수는 한 달 평균 300㎞ 정도를 뛴다. 하루로 환산하면 매일 10㎞씩 뛰는 셈이다. 훈련량이 많은 달에는 400㎞를 넘길 때도 있다.
"2019년부터 매일 뛰었어요. 계절 상관없이 새벽 5시 30분이면 달리기 시작합니다. 매일 적어도 8km 이상은 러닝을 하고 있어요."
단순히 많이 뛰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기록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새로운 훈련을 꾸준히 시도한다.
"요즘에는 안 해본 훈련도 일부러 해보려고 해요. 새로운 훈련을 루틴으로 만들어 놔야 더 성장하는 것 같아요."
피나는 노력은 기록으로 이어졌다. 정 고수는 올해 3월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42.195㎞)를 3시간 19분 19초 만에 완주했다. 개인 최고 기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프(21㎞) 1시간 33분대, 10㎞ 41분 55초의 기록도 보유 중이다.
풀코스 완주 경험은 17차례나 된다. 올해 하반기에도 네 번의 풀코스 대회를 더 준비하고 있다.
"더 잘 뛰고 싶어요. 어렵게 세운 기록인 만큼, 쉽게 무너지고 싶지 않아요. 올해 풀코스 완주 20번은 넘길 것 같네요. 대회에 나가면 진짜 열심히 뛰어요. 힘들게 달리면 제 본모습이 나오는 것 같거든요."
어린 시절 정 고수는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약사가 되겠다는 목표 하나만 바라보며 학업에 몰두했다. 운동장을 뛰기보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약사의 꿈을 이룬 이후 결혼을 했고, 지금은 세 남매의 엄마가 됐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체중은 조금씩 늘었고, 몸도 예전 같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다.
이때 아들의 친구 엄마로부터 러닝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새로운 삶이 펼쳐지게 된 계기다.
"뛰고 나면 에너지가 생긴다면서 '딱 한 달만 같이 뛰어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때 따라서 뛰기 시작한 건데, 이제는 매일 뛰고 있어요. 그래도 재능이 없지는 않았나 봐요. 처음 10㎞ 뛰고 집에 들어간 날, 남편이 '아무렇지도 않아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그 한 달은 어느새 6년이 넘는 러닝 습관이 됐다.
정 고수는 달리기의 가장 큰 매력이 '단순함'이라고 말한다. 비싼 장비도, 특별한 기술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누구나 출발선에 설 수 있다.
그래서 최근 남녀노소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달리기는 본능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그냥 건강한 신체만 있으면 아무나 할 수 있어요. 다른 운동들은 기술이 필요하잖아요. 달리기는 그냥 뛰면 됩니다."
웃으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힘들 때 박카스를 찾듯이 저는 힘들면 달리기가 먼저 떠올라요. 달리면 달릴수록 몸이 더 편안해져요. 그 느낌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느끼면 계속 생각나요."
약사인 정 고수가 스스로에게 내리는 가장 익숙한 처방은 약이 아닌 달리기다. 그래서 새벽마다 일어나 러닝화를 신는다.
이날도 정 고수는 새벽 16㎞를 달린 뒤 기자와 10㎞를 더 뛰었다. 그런데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일터로 향해 약사복을 입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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