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만으로 괜찮다' 위로해 주는 시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면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적어 본다. 이른 아침엔 건강을 위해 만보 걷기를 하고 오전엔 무언가를 배우고, 오후엔 어디를 가야 한다. 이렇게 퇴직 후에도 늘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엔 허무감이 밀려온다. '이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뭔가가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정신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다 문득 마음 한구석이 삭막해짐을 느끼곤 한다.
우리는 꼭 무언가가 되어야 하는가? 성취와 결과만을 강조하는 직선의 삶 속에서 지치고 숨이 차오를 때 만나게 된 손택수 시인의 시들은 나에게 가만히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손택수 시인의 시집 <나의 첫 소년>(2017, 창비)은 청소년 시선집이다. 시인은 "청소년 시기야말로 인생에서 평생 풀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제발 이때부터 벌써 돈벌이나 성공에 관한 질문에만 빠져 있지 않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그는 "인간이 왜 인간인지와 같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기를 바란다"며 "내 안의 소년을 잊지 않고 내 안의 소년에게 끝없이 귀환하려 한다"라고 시인의 말을 빌어 밝혔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 쓰인 시들은 쉽게 읽힌다. 그렇다고 이 시들이 청소년만을 위한 시는 아니다. 늘 바쁘게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는 어른,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앞만 보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따스한 위로의 시이다.
그리고 <나무의 수사학>(2010, 실천문학)에 담긴 시들 또한 가만히 따라 읽다 보면, 일상적인 사물과 풍경 속에서 시인이 길어 올린 웅숭깊은 시선이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두 시집의 시들 중 존재의 본질과 지혜를 일깨워주는 다섯 편의 시를 통해 삶의 태도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1. 미래라는 강박을 내려놓고 마주하는 현재 : 〈나무의 꿈〉과 〈장래 소망-지금의 노래 2〉
시집 <나의 첫 소년>에 수록된 시들은 자연의 섭리를 통해 인간의 삶을 비추어 내는 시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나무의 꿈〉은 끊임없이 '미래의 쓸모'를 증명하라고 다그치는 사회를 향해 나지막한 브레이크를 건다.
나무의 꿈
자라면 뭐가 되고 싶니
의자가 되고 싶니
누군가의 책상이 되고 싶니
밟으면 삐걱 소리가 나는
계단도 있겠지
그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다락방
별빛이 들고 나는 창문틀도 있구나
누군가 그 창문을 통해 바다를
생각할지도 몰라
수평선을 넘어가는 목선을 그리워할지도 몰라
바다를 보는 게 꿈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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