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사 '분신술 수사' 폭로, 재심 판사마저 "이런 걸로 처벌한다니..."

과거 수사권이 없던 육군보안사령부(보안사)가 자행한 불법 구금과 고문 조작 사건에 대해 법원이 본격적인 재심 재판에 돌입했다. 피고인들의 연행 일자와 진술서 작성일이 모두 똑같은 이른바 '분신술식 수사기록'의 모순이 50여 년 만에 법정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제7형사부는 8일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억울한 옥고를 치렀던 망 성기호 전 교사의 유족이 신청한 재심 사건(2025재노66)의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변호인 측(법무법인 원곡 최정규 변호사)은 "1심에서 증거로 사용된 자료들은 대부분 증거능력이 없고 입증이 부족하므로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라며 항소이유서 보충서를 제출했다. 변호인은 무슨 근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하는 걸까?
하루 만에 연행부터 조사 완료까지? "수사관이 분신술 썼나"
이번 재심 과정에서는 과거 보안사 수사의 극심한 모순과 부조리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성 전 교사를 비롯한 사건 피고인들은 모두 1972년 3월 22일에 동행(연행)된 것으로 기재돼 있다. 황당한 점은 당시 보안사에 연행된 14명의 피고인이 연행된 바로 그 당일에 피의자진술서와 피의자신문조서 작성이 한꺼번에 완료됐다는 사실이다.
동일한 날짜에 다수의 수사관이 여러 장소에서 수많은 사람을 동시에 연행하고 조사까지 끝냈다는 기록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수사관이 분신술을 쓰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심재판부 역시 재심결정문에서 이 같은 경험칙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정을 꼬집으며, 성 전 교사가 공식 기록인 3월 22일 이전인 2월 22일경 이미 연행돼 약 33일간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고문 수사를 받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했다. 성 전 교사는 학교에서도 연행 직후 얼마 지나지 않은 3월 17일에 곧바로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다.
전체 내용보기 ...
이 뉴스, 어떠셨어요?
한 번의 탭으로 반응을 남겨요 · 로그인 불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