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민주당식 게리맨더링
게리맨더링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자의적이고 기형적인 모양으로 획정하는 것을 일컫는다.
181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주지사 엘브리지 게리가 이렇게 선거구를 짜 맞췄는데 그 모양이 도롱뇽(Salamander) 괴물을 닮았다고 해서 둘을 합성,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표 유불리를 계산해 선거제도를 바꾸는 행위를 뜻하는 게리맨더링 소식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요즘도 심심찮게 들린다.더불어민주당이 내달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선호투표제를 도입해 ‘게리맨더링’ 아니냐는 눈총을 받는다.
지난 14일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와 당무위원회를 열고 당 대표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선호투표를 명시하는 내용의 당규(66조) 개정안을 의결했다.
선호투표란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 최저 득표자를 1순위로 투표한 유권자의 2순위 선택을 합산,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기존 당헌·당규는 ‘당 대표 선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 결선투표를 한다’고 규정했는데, 이 결선투표 해석을 둘러싸고 친청(친정청래)계와 친명(친이재명)계가 정면충돌했다.친청계는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 1, 2위 후보만 대상으로 재투표(Two round runoff)를 하는 것이 결선투표라고 봤다.
반면 친명계는 선호투표(Instant runoff)도 결선투표의 한 방식이어서 적용 가능하며 한 번의 투표만으로도 과반 득표자를 가릴 수 있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친청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당이 ‘경선 후보자가 3인 이상인 경우 과반수 득표자 결정을 위해 선호투표 또는 결선투표 중 하나를 정해서 실시한다’는 조문을 신설했다.
처음에는 선호투표도 결선투표라더니, 규정 위반 논란이 거세지자 슬그머니 당규를 바꿔 도입을 ‘못 박은’ 것이다.
결선투표를 둘러싼 계파 싸움은 승부 유불리 계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재투표하는 결선투표로 갈 경우 친청계가 유리하다는 관측이 우세한 반면, 선호투표를 하면 친명계 후보인 김민석 전 국무총리와 송영길 의원이 사실상 단일화 효과를 통해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친청계에선 “당규 개정은 당헌 위반”이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선호투표 또는 결선투표’로 애매하게 여지를 남긴 것도 문제다.
다음 선거에서 선호투표보다 결선투표가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면, 그땐 결선투표를 밀어붙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번 당규 개정이 아전인수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이선정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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