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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박완서 작가의 질문, 2026년에도 아프네

오마이뉴스
40년 전 박완서 작가의 질문, 2026년에도 아프네

아주 오랜만에 박완서 작가의 책을 만났다. 올해 초, 문학동네에서 단편집으로 출간된 <쥬디 할머니> 출간 소식이 들리던 즈음이었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 편히 읽지 못하다가 매미 소리가 시작되던 지난 7월 초 거장의 문장을 다시 펼치게 되었다. 한국 문학의 거목이라 불리는 박완서 작가의 문장을 다시 만나는 일은 잘 차려진 한정식 한 상을 마주한 듯 반갑고 든든한 기쁨이었다.

이 책은 "한국 문학사의 거목 박완서의 타계 15주기를 맞아 박완서 단편문학의 뛰어난 성취를 새로이 조명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고 한다. 이색적인 것은 31명의 한국 대표 소설가들이 박완서 작가의 단편 가운데 최고의 작품을 추천하고 그중 열 편을 엄선해 엮었다는 점이다. 그 열 편의 단편 중 <쥬디 할머니>는 이 책의 표제작이자 독자들이 가장 첫 번째로 만날 수 있는 단편이다.

외국에서 성공한 다섯 자녀들의 삶은 곧 영광스럽게 빛나는 쥬디 할머니의 훈장이 된다. 그중에서도 의학 박사인 첫째 아들의 딸 쥬디를 끔찍하게 아끼는 모습이 소설 초반에 종종 나온다. 할머니가 혼자 사는 아파트 거실 장식장엔 제각기 단란하게 사는 다섯 남매의 사진과 돌아가신 영감님의 독사진까지 도합 여섯 개나 되는 번쩍거리는 자개 액자가 진열되어 있다. 그걸 보는 이웃들은 자식처럼 튼튼하고도 화려한 울타리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할머니는 그중 손녀 쥬디 사진 액자를 살뜰 하게 챙긴다. 쥬디 사진만은 한 곳에 버티고 있지 않고 하루에도 몇 번씩 옮겨 다닌다. 밤에는 침대 머리에, 낮에는 장식장에 놓인다. 때로는 탁자나 부엌 식탁 위를 옮겨 다니기도 했다. 아마도 타인들이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자리를 차지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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