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강 수운의 종료 지점을 향해 걷다
국토종주는 우리 땅을 보는 걷기다. "둘레길을 걸으면 우리 땅을 보지 못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둘레길은 정한 콘셉트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 정제된 숲길이다. 보는 데 한계가 있다. 같은 길을 여러번 걷다보면 지루해지기도 한다.
국토종주는 실시간으로 국토와 마주한다. 마을 할머니가 마실 가는 모습, 잠깐 들른 시골 가게에서 느낀 정, 길을 파내고 축대를 쌓는 공사 현장, 아침 이슬을 잔뜩 머금은 배추밭, 걸음마다 둘레길에서는 볼 수 없는 무수한 다양한 광경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가고, 해가 뜨고 질 때까지 실시간으로 변하는 우리 땅의 이야기가 내 가슴을 뛰게 만든다. 살아있다는 것, 아니 내가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는 순간이다.
옛 선조의 슬기 보여주는 장포마을
그래서 오늘도 길을 나선다. 5월 30일 오전 7시40분, 원주시 무장리 장포마을 숲 앞에 섰다. 이곳은 '긴 물가 마을'이란 뜻의 장개마을로 불렸는데, 한자로 장포(長浦)라 쓰기도 한다. 강원의 산간 지역을 감입곡류하던 섬강의 물줄기가 이 마을 앞에선 길게 직선을 그리며 내달린다. 섬강에서 보기 드문 확 트인 시원한 강줄기를 볼 수 있다.
옛날에 이곳 강가엔 숲이 무성했다. 마을 주민들이 공들여 심고 가꾼 숲이다. 장마철엔 강물이 범람하지 못하게 막아 주었고, 평소엔 마을 주민들의 휴식처가 되어 주었다. 섬강변 너른 충적평야 지대는 오랜 옛부터 삶의 터전이 되었다. 오랜 시간 동안 서울과 지방의 문물 교류의 통로가 되다 보니 큰 주막은 물론 씨름대회, 정월 대보름 달집놀이 같은 행사의 무대가 되었다.
지금은 그런 옛 모습이 온데간데 없다. 제방 공사와 도로 공사로 강변의 그 무성하던 숲이 사라지고 난 후 무장리는 상습 침수 지역이 되었다. 숲은 비가 올 때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어 주고, 비가 안 올 때는 5개월에 걸쳐 천천히 물을 흘려보내 사시사철 풍요로운 강변을 만들어 준다. 이 길고 곧게 뻗은 강변에 숲을 없애고 대신 콘크리트 제방공사와 도로공사로 불투수층을 확대한 결과는 상습 침수였다.
다행히도 2004년 사단법인 생명의숲국민운동의 '전통 마을 숲 복원' 대상지로 선정돼 녹색자금으로 옛 모습의 일부를 복원했다. 비록 제방과 도로에 막혀 섬 같은 숲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옛 숲이 어땠을지 유추해 볼 수 있다.
자연 야영지로 제격인 칠봉유원지
이곳에서 오늘의 걷기를 시작한다. 몇 걸음 옮기면 일리천이 합류하는 합수머리를 만나는데 일리천을 따라 약 3km를 걸어가면 모래 강바닥에 맑고 얕은 물가 야영지로 최고인 칠봉유원지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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