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세계여행 중인 서른다섯, 안 불안하냐 묻는다면
오전 9~10시쯤 일어나 오트밀이나 요거트, 커피로 간단히 배를 채웁니다. 이후에는 동네를 산책하며 장을 보고,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점심과 저녁은 대부분 캠핑카에서 직접 요리해 먹습니다. 주변에 산이나 바다가 있으면 등산을 하거나 수영을 즐기기도 합니다.
여행자 전하리(35)님의 하루 일과입니다. 전하리님은 캠핑카를 타고 스페인을 여행 중입니다. 대도시보단 자연 근처에 주로 머물죠. 여행을 한 지는 벌써 10년째.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를 시작으로 캐나다, 미국, 멕시코, 남미, 호주, 인도, 네팔, 유럽 등을 오가며 배낭여행과 워킹홀리데이를 이어왔습니다. 인도에 머물던 시기에는 요가 트레이닝을 받고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습니다.
전하리님은 디지털 노마드도, 휴가 온 회사원도, 여행을 직업으로 삼은 크리에이터도 아닙니다. 정착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여행자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는 건 어떨까요? 여행하며 사는 일이 불안하진 않았을까요? 지난 5월 28일, 화상 인터뷰로 전하리님을 만나봤습니다.
'단순하게 살아도 되겠다' 생각했던 순간
- 처음 여행을 가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대학교 때는 대외 활동, 동아리, 과 활동도 잘 참여하지 않는 아웃사이더처럼 살았죠. 학과 선택을 잘못해서 그런지 흥미도 없었어요. 남들은 다 열심히 스펙을 하나씩 준비하는데, 미래가 안 보인다고 해야 하나. 기대가 안 됐어요. 졸업하기가 두려운 거예요. 토익 점수 만든다고 휴학도 하고, 졸업도 미뤘는데 '취업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안 들었어요.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하고 싶지는 않았죠. 그래서 해외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는데, 뉴질랜드에 2주 정도 보내주는 대외 활동 프로그램에 신청했어요. 그때 뉴질랜드에 갔는데 좋은 거예요. '이렇게 초록초록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니' 이런 감정을 처음 느꼈어요. '여기에 한번 살아보고 싶다!' 그렇게 졸업하기 전에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에 갔죠."
-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여행하고 계세요?
"지금은 스페인을 여행 중이에요. 캠핑카 생활을 하다 보니 자주 이동해요. 캠핑카에서 요리하고 샤워할 수 있는 건 캠핑카의 물탱크 덕분이거든요. 그 물을 다 쓰면 갈아줘야 해요. 그 작업을 4일마다 하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캠핑카 관리 시설을 찾아다녀요. 한 동네에서 제일 길게 있었을 때는 3~4개월 정도 머물렀어요. 지난해 여름에는 포르투갈 페리체(Pe niche)에 머물렀는데, 서핑하기 좋고 캠핑카 시설도 가까워서 오래 지낼 수 있었죠.
겨울에는 캠핑카에서 지내기 추워서 오프그리드 하우스에 머물기도 했어요. 오프그리드는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시골에 내려와서 자급자족하면서 사는 삶의 방식이에요. 농사를 짓는 분들이 많다 보니 일손이 부족한 경우가 있는데, 하루 3~4시간 정도 일을 도와주면 숙소와 식사를 제공해 주기도 해요. 처음에는 여행 경비를 아끼려고 시작했는데, 지내다 보니 그런 생활이 잘 맞는다고 느꼈어요."
- 여행하면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이 있다면요?
"여행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당연하다고 믿었던 삶의 방식이 깨지는 경험을 자주 했어요. 제가 머물렀던 오프그리드 하우스의 주인 분은 독일 아주머니예요. 그분은 집을 2주 만에 지었대요. 땅을 사서 집을 뚝딱뚝딱 나무로 만들고 지금까지 살고 계시는 거예요.
1년에 4개월만 일해요. 리조트에서요. '빡세게' 일해서 모아서 그걸로 1년을 그냥 사시는 거예요. 겨울에 일하고 여름에는 즐기고. 주변에서 찾기 힘든 삶의 형태잖아요. 참 소박하고 좋은 거예요. '역시 다양한 삶이 있다. 좋다. 나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살아도 되겠다' 싶었어요."
- 10년간 여행하면서 살아보니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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