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사 온 선물 챙겨 갔는데... 담임 교사가 한 뜻밖의 말
아이는 생후 9개월에 첫 해외여행을 갔다. 대학생이 될 때까지 해외여행은커녕 비행기조차 타본 적 없던 남편과 나는 아이와 함께 참 많이도 여행을 다녔다. 유년 시절의 한을 풀기라도 하려는 듯이. 코로나19 이전에는 매년 해외여행을 하며 발리 한 달 살기를 하기도 했고, 팬데믹 기간에는 인적이 드문 캠핑장을 찾아 전국을 여행했다. 아이 덕분에 우리는 각 지역의 유적지, 박물관, 특산물을 속속들이 알게 됐다. 그래서일까. (나의 합리화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는 역사와 지리와 음식에 관심이 많은 아이로 자라났다.
여행을 통해 아이에게 주고 싶었던 것은 '경험'이었다. 삶은 결국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기회비용의 문제이다. 재테크로 아이에게 '똘똘한' 집 한 채는 못 물려줘도 아이가 낯선 곳, 새로운 곳을 여행하며 자신만의 취향과 사유를 쌓아갈 수 있기를 바랐다. 이러한 문화적 자본이 앞으로 아이가 뿌리를 뻗어나갈 수 있는 단단한 토양이 되리라 믿었다.
가끔은 내가 사회인이 돼서야 겨우 경험한 것들을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누리는 아이가 부럽기도 했다. 비단 우리 아이만 그런 것은 아니다. 저출생으로 인해 모든 아이가 '소황제'가 된 시대에, 요즘 아이들은 부족함 없이 많은 것을 누리며 자란다. 결핍이 없는 것이 결핍처럼 보일 정도다.
여행에서 돌아올 때면 아이의 반 친구들과 나눠 먹을 초콜릿이나 과자 같은 간식을 사 왔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여서 아이의 책가방에는 친구들이 건네준 각 나라 간식이 하나둘 쌓여 갔다. 새로운 학년이 시작된 지 몇 달 안 돼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왔을 때였다. 아이는 여느 때처럼 친구들에게 나눠 줄 선물을 챙겨 학교에 갔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아이의 손에는 아침에 가져간 선물이 그대로 들려 있었다. 그 이유를 듣고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께서 이렇게 간식을 나눠주면 여행 못 갔다 온 친구들은 부러울 수도 있고, 다른 친구들도 앞으로 선물을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서 안 나눠주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어."
아차 싶었다. 내 아이의 경험에만 집중하느라 다른 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상대적 박탈감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구나. 3월 학부모 공개수업에서 만난 담임 선생님 모습이 생각났다. 어떤 아이도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며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선생님은 숙제도 따로 내주지 않았는데, 집에서 숙제를 일일이 챙겨주기 어려운 가정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아이가 선물을 그대로 들고 돌아왔을 때의 부끄러움이 다시 떠오른 것은 영화 <남매의 여름밤>을 보면서였다.
남매의 남다른 여름방학
중학생 옥주(최정운)과 초등학생 동주(박승준)는 여름방학 동안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된다. 재개발로 곧 철거가 진행될 동네에서 옥주와 동주 그리고 아빠, 세 식구가 작은 봉고차에 짐을 싣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허름한 반지하를 떠나 봉고를 타고 가면서 옥주는 아빠에게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전체 내용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