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게 솟은 장대 끝 '작은 새'... 의미를 알고는 감동이 밀려왔다
강릉 강문마을 바닷가에는 하늘을 향해 곧게 솟은 진또배기가 서 있다. 장대 끝에는 북쪽을 향한 세 마리의 작은 새가 나란히 앉아 있다. 바닷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자리를 지키는 그 새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그 안에는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해 온 사람들의 소망, 그리고 공동체가 간직해 온 오랜 기억이 깃들어 있다.
이 진또배기와 솟대의 의미를 연구하며 세상에 알려온 사람이 있다. 20여 년 동안 솟대를 연구해 온 김숙경(60) 아름솟대연구소 대표다.
왜 그는 오랜 세월 솟대를 연구해 왔을까. 작은 새 한 마리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걸까.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솟대에 담긴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와 공동체의 역사, 그리고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전통의 가치를 들여다본다.
마을을 지키고 사람을 잇는 진또배기의 가치
"진또배기는 단순한 민속 유물이 아닙니다. 강릉 사람들이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삶의 기록이며 공동체 정신이 담긴 문화유산입니다."
그는 진또배기란 단어를 말할 때마다 눈빛이 달라졌다. 강릉 강문동의 진또배기는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독특한 전통문화를 간직한 마을 신앙의 상징물이다. '진또배기'는 강원도 방언으로 '진대를 박아 놓은 곳'이라는 뜻을 지니며, 마을의 안녕과 풍어, 풍년을 기원하는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강문 진또배기는 바람·물·불의 삼재를 막고 어촌의 평안과 번영을 기원하는 성황 신앙의 대상이었다. 특히 '진또배기'라는 이름과 관련된 이야기는 삼한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것으로, 지역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보여준다.
강릉 강문은 대관령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 동해안의 거친 파도, 그리고 대형 산불의 위험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이러한 자연환경 속에서 주민들은 진또배기를 세워 재해를 막고자 했으며, 이를 통해 공동체의 화합과 안녕을 기원해 왔다.
과거의 유물이 아닌 살아있는 문화유산
"결국 솟대는 행복의 문화입니다. 나 혼자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세상을 이야기합니다."
김 대표는 솟대를 단순히 과거의 전통 유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솟대를 현대사회가 잃어가고 있는 공동체 정신을 되살리는 소중한 문화적 자산으로 평가한다. 그는 급격한 변화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람들이 점차 고립되고 있는 오늘날, 솟대가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고 말한다. 솟대가 지닌 가장 큰 의미는 공동체의 화합과 상생의 정신에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러한 솟대의 정신을 공(共), 명(明), 신(神), 축(祝), 원(願), 상(祥)의 여섯 글자로 설명한다. 이는 함께 살아가며, 밝은 마음으로 나누고, 서로를 축복하며 희망과 행복을 기원하는 삶의 철학을 담고 있다. 그는 이를 'Happy Society, Happy Universe'라는 말로 표현하며, 솟대가 지향하는 가치는 개인의 행복을 넘어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한 그루의 솟대가 건넨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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