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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세라핌, 독기 허물고 피어난 벅찬 연대…'붐팔라'로 빚어낸 가장 밝은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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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우리는 두려움을 어떻게 대면하는가. 세계의 폭력성에 맞서는 방어기제로 '독기'를 품었던 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은 이제 무거운 철학적 통찰을 가장 가벼운 제의(祭儀)의 형식으로 풀어냈다.

12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두 번째 월드투어 '2026 르세라핌 투어 '퓨어플로우' 인 인천(LE SSERAFIM TOUR 'PUREFLOW' IN INCHEON)' 2회차 공연은 그 명랑한 광기의 현장이었다.

지난 2월 첫 월드투어 '이지 크레이지 핫'의 피날레였던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공연에서 이들이 고통을 재료 삼아 스스로를 증명해내는 단단한 '결기'를 보여줬다면, 이번 무대는 덧씌워진 갑옷마저 벗어던진 채 모두가 함께 춤추는 눈부신 '연대'에 방점을 찍었다.

그 중심에는 타이틀곡 '붐팔라(BOOMPALA)'가 있다. 기원전의 '반야심경'과 1990년대 스페인의 라틴 팝 남성 듀오 '로스 델 리오(Los del Rio)'의 메가 히트곡 '마카레나'가 교차하는 이 기이한 무대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에올)'의 카오스와 맞닿아 있다.

수많은 다중우주 속 비루한 일상에 짓눌린 현대인들에게, 이 곡은 세상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면 스스로 그 무의미 속에 뛰어들어 춤을 추면 된다는 실존적 낙관론을 펼친다.
영화 속 인물들이 절대적 허무주의에 맞서 다정함의 무기인 '장난감 눈알'을 이마에 붙이듯, 르세라핌은 복잡한 세상사를 향해 중독적인 '마카레나' 안무를 던진다. 무거움을 무거움으로 받아치지 않고 명랑한 광기로 덮어버리는, 고도의 주체적 선택이다. 이번 콘서트는 바로 이 다정한 무기가 수많은 '피어나'와 만나 거대한 연대로 확장된 순간이었다.

이러한 주체성의 미학은 멤버들이 새롭게 발견한 스스로의 '밝음'에서 기인한다. 작년 4월 첫 월드투어를 같은 장소에서 출발했던 멤버들은, 많은 경험을 하고 무럭무럭 자라났다는 걸 그 무대에서 증명했다.

허윤진은 "비하인드인데 작년 투어를 보고 저희 스태프 한 분이 '르세라핌이 굉장히 밝은 분들이라는 것을 멤버들이 피어나 분들이랑 함께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 알게 됐다'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그게 저희에게도 굉장히 큰 깨달음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저희가 여러분들이랑 함께할 때 느끼는 기쁨과 행복이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투어 때도 그런 엄청난 에너지를 함께 만들어 가봅시다"라고 벅차했다.

치열하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의 감각이 타인과 감응하는 기쁨으로 치환되는 순간, 무대 위 그들의 땀방울은 이처럼 오기가 아닌 환희의 증거가 된다.
무엇보다 이 낙관의 연대는 다섯 멤버가 온전히 함께일 때 완성된다는 것을 이번 공연은 증명했다. 목 통증으로 그간 무대 등의 일정에 불참했던 리더 김채원이 다시 합류하며 '퓨어플로우'의 거센 흐름은 비로소 완전한 궤도에 올랐다. 카즈하는 "이번 콘서트를 다섯 명이 함께 시작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저희는 다섯 명일 때 가장 빛난다"고 팬들과 하나 된 벅찬 에너지를 전했다. 완벽하게 세공된 매끈한 가짜로서가 아니라, 흉터가 남아있더라도 요동치며 생동하는 진짜 인간으로서 연대할 때 그들은 가장 강력하다.

전날에 이어 핑크와 레드 드레스 코드로 물든 객석은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이방인이 아니라 '선택된 가족'으로서 축제의 일부가 됐다. 끊임없이 흐르고 변화하는 파도를 시각화한 곡선형 무대 위에서, 르세라핌은 우리에게 권한다. 각자의 궤도에서 겉돌던 불안과 상처가 있다면, 이 거대한 다중우주의 혼돈 속으로 들어와 함께 '붐팔라'를 부르자고. 그 맑고 거센 흐름(PUREFLOW) 속에서 발견한 낙관론은, 오늘날 K-팝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우아하고도 다정한 윤리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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