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쓰레기 치우는 사람들, 이제는 낮에 일하고 싶다"
춘천환경사업지회는 강원도 춘천시 생활폐기물을 수집·운반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다. 춘천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는 16개 민간업체가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으며, 종사자 약 200명 가운데 70여 명이 춘천환경사업지회에 가입해 있다.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는 춘천시 폐기물관리 조례와 시행규칙에 따라 운영된다. 조례에는 대행업체의 책임구역과 계약기간, 수집·운반 물량은 물론 장비 규격과 수량, 작업 방식 등이 규정돼 있다. 업체와 노동자들은 이 기준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
이 같은 이유로 춘천환경사업지회는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춘천시를 상대로 원청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월 11일 춘천환경사업지회 사무실에서 박현유 지회장을 만났다. 박 지회장은 2012년부터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를 해온 노동자다.
강원도 내 지자체 첫 원청 사용자성 인정
춘천환경사업지회는 지난 5월 29일 강원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춘천시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받았다. 강원특별자치도 내 지자체로서 처음으로 민간위탁 노조의 원청 사용자 인정이다.
"3월 10일 노조법 개정에 맞춰 미리 준비해 왔습니다.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처음으로 원청교섭을 요구한 공공운수노조 화성시환경지회를 보면서 논의했어요. 저희도 4월 말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고, 5월 29일 춘천시의 사용자성과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교섭단위 분리를 모두 인정받았습니다.
6월 11일까지는 결정서가 아직 나오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춘천시의 과업지시서가 노동시간과 차량, 인원, 쓰레기 수거 방법, 임금, 복지 등 노동조건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지방노동위원회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교섭 의제는 노동안전과 관련한 것들이다. 박현유 지회장이 일을 시작한 2012년 이후 춘천에서 4명의 환경미화 노동자가 숨졌다. 이전에는 언제 누가 어떻게 죽고 얼마나 다쳤는지 기록도 잘 남아 있지 않았다. 말로 전해 내려올 뿐이었다. 동료의 죽음을 기억하고, 위험한 현장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박 지회장이 기록하기 시작했다.
"2014년 11월에 5톤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 후면 발판에 매달려 작업 중, 차량이 미끄러져 인도 블록에 부딪히는 바람에 노동자가 튕겨 나가 사망하고, 다음 해에는 작업 중이던 청소차량을 만취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덮쳐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두 분이 형제였어요(돌아가신 분이 동생).
2020년에도 5톤 압축차 발판에 매달려 작업하던 중 승용차 추돌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작년에는 재활용 선별하는 춘천환경사업소에서 춘천 시내로 나오던 차량이 고라니 때문에 급정거하는 바람에 뒤따라오던 1톤 재활용차량이 추돌,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박 지회장은 현재 야간에 이뤄지는 생활폐기물 수거·운반 작업을 주간으로 전환하는 것이 안전사고를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춘천시와의 원청교섭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할 의제로 꼽았다.
"사고가 대부분 야간작업과 관련 있습니다. 야간작업은 운전자의 시야 확보가 어려워 위험한데다, 과속이나 신호위반, 음주운전도 낮보다 훨씬 많으니까요. 불법 발판은 이제 거의 없어졌어요. 노동조합에서 나서서, 불편해도 우리 생명 지켜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다만 노동자들이 작업 편의를 위해 과적하는 문제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밤에는 상대적으로 작업을 지켜보는 사람이 적다 보니 과적을 하게 되고, 높은 곳에 폐기물을 쌓다가 추락하는 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주간작업 전환이 시급합니다.
그런데 춘천시 과업지시서에는 생활폐기물을 밤 12시부터 오전 8시까지 수거·운반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이런 작업시간은 용역업체와 노동조합의 교섭만으로는 바꾸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춘천시가 직접 교섭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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