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사고 철망으로 막는 순간 싸움 시작... 말뚝은 마음속에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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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6월 말 부천시 공무원 정년퇴직(4급 지방서기관)
◈ 2021년 7월 충남 보령 산골 자연인 생활 시작
◈ 2022년 10월 닭에서 흑염소로 변경(현재 50마리 사육)
도시의 화려한 퇴임식장을 뒤로하고 산골로 들어간 한 남자가 있다. 9급에서 4급 서기관까지 달려온 공직자의 삶을 은퇴하고, 이제는 흑염소 50마리와 함께 자연 속에서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는 이태훈(65) 은퇴자를 지난 6월 현지 농장에서 만났다.
닭 사육 실패를 딛고 흑염소 농장을 일구기까지, 서류에서 생명으로, 치열한 경쟁에서 자연의 섭리로 옮겨간 그의 선택은 단순한 귀촌이 아니라 '삶의 가치관'을 바꾼 전환이었다. 은퇴 후 인생 2막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산골에서 피어나는 진정한 행복과 현실적인 조언이 따뜻한 이야기로 전해진다.
- 화려한 도시 퇴임식장에서 거친 산골 자연인으로 삶의 무대를 옮기게 된 결정적 계기와 가치관 변화는?
"공직 생활 때는 앞만 보고 달렸어요. 9급에서 4급 서기관이 되기까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지만, 퇴직 5년 전부터 <나는 자연인이다> TV 프로그램을 하루 4편씩 보면서 자연으로 돌아갈 꿈을 키웠어요. 자연 속에 푹 빠지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건강도 더 좋아졌어요.
도시 직장인들이 퇴직 후 귀농·귀촌을 꿈꾸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20%도 안 돼요. 내려갈 땅이 없거나 아내의 반대에 부딪히기 때문이죠. 저는 오래전부터 할아버지께서 농사짓던 땅을 물색해 두었고, 아내는 두어 달에 한 번 내려왔다가 수도권 집으로 돌아가요. 각자 좋아하는 삶을 사는 거죠.
여기 마당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죠. 일반 가정집이라면 제초제를 뿌리거나 뽑아야 하지만, 여기서는 베어서 염소 먹이로 줘요. 자연 속에 살면 나도 모르게 그 섭리를 알아가고 동화됩니다. 두릅, 머위, 밤 등 제철 식물도 부지런히 움직이면 식생활에 보탬이 돼요. 그래서 산골에서 사는 제 삶의 가치관은 '자연 그대로'입니다."
- 흑염소 농장을 운영하며 '자연과 함께 산다'는 의미를 어떻게 체감하나?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는 '살아있는 생명'을 키우는 일에서 찾았어요. 일반 농사처럼 가축도 정성을 들이고 바라봐 준 만큼 보답해요. 생명들이 건강하게 자라 새끼를 낳고, 주인을 알아봐 줄 때 커다란 힘을 얻게 되죠. 또 다른 의미의 자연이라고 할 수 있죠. 그 속에 제가 있는 거죠.
집 뒤쪽 둘레길을 걷다 보면 계절 따라 피어나는 새싹과 꽃, 산나물을 보게 되죠. 어릴 때도 늘 보던 풍경인데, 나이 들어 바라보니 인생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더군요. 순리에 따라 자연 속에서 살다가 결국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는 이치를 도시에서보다 훨씬 강하게 느낍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해야 자연도 나를 품어준다는 지혜를 알게 되었죠.
새벽 5시 반, 방문을 열면 염소들이 반응하며 먹이 주는 곳으로 달려옵니다. 아침밥을 챙겨주고 반려견과 함께 산책한 뒤 아침을 먹어요. 오후 4시 반에는 두 번째 먹이를 줘요. 조금만 늦어도 밥 달라고 난리예요. 낮 시간에는 귀촌한 친구들이나 토박이 친구들의 수박 농장 · 메기 양어장 일손 돕기, 벼모판 · 염소 이동 등 차량 지원과 염소 먹이를 구하러 다니거나, 축사 청소와 보수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하루가 빠르게 지나갑니다."
- 닭 사육에서 흑염소로 바꾼 과정과 특별한 인연은?
"5년 동안 닭 공부만 하고 내려왔지만, 토종닭·청계 80마리 키워도 비용 대비 수익이 거의 나오지 않았어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염소로 변경할 수밖에 없었어요. 처음 염소 농가 회원이 4명이었는데 돈이 된다는 소문에 1년 만에 11명으로 늘었어요. 결과는 일부 농가가 큰 손해를 보고 떨어져 나갔어요. '개 식용 금지법'이 내년 2월 7일 시행되니까 보신탕집이 사라지고 흑염소집이 늘면서 소비가 늘었지만, 수입산 유입으로 가격이 폭락했어요. 저도 작년 염소 수를 절반으로 줄였다가 최근 조금 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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