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똑같이 오는데... 왜 어떤 곳은 잠기고 어떤 곳은 멀쩡할까?

지난 기사 이후 (관련기사 : 강수와 침수 사이, 언론이 놓치고 있는 것 https://omn.kr/2j3ux) 한 독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글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유출계수'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습니다"라는 거였다.
그 말을 듣고 반가웠다. 유출계수는 수문학에서는 가장 먼저 배우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지만 일반적으로 낯선 단어였기 때문이다. 언론도 비가 얼마나 왔는지는 매일 보도하지만, 그 비가 얼마나 흘러갔는지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식탁 위에 있던 와플이 눈에 들어왔다.
와플 하나로 설명
같은 양의 꿀을 와플과 팬케이크 위에 부어 보자. 와플은 홈마다 꿀을 잠시 담아 두었다가 조금씩 아래로 흘려보낸다. 반면 팬케이크는 대부분의 꿀을 곧바로 아래로 흘려보낸다. 차이는 꿀의 양이 아니라 표면의 구조에 있다.
도시도 똑같다. 숲과 습지, 논, 빗물정원, 저류시설이 많은 도시는 와플처럼 빗물을 잠시 품고 천천히 흘려보낸다. 그러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인 도시는 팬케이크처럼 빗물을 한꺼번에 하천으로 몰아 보낸다. 이처럼 같은 비가 내려도 흘러가는 양이 달라지는 원리를 수문학에서는 유출계수(Runoff Coefficient)라고 부른다. 어려운 학술용어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누구나 매일 경험하는 아주 단순한 현상이다.
물순환의 성적표
유출계수는 내린 비 가운데 얼마만큼이 그대로 흘러내리는지 나타내는 비율이다. 쉽게 말하면 '총내린 비의 양에 대한 유출량의 비율'이다. 유리판 위에 물을 부으면 거의 모든 물이 그대로 흘러내린다. 이 경우 유출계수는 1에 가깝다. 반대로 스펀지에 물을 부으면 대부분의 물이 흡수되어 아래로 거의 흘러가지 않는다. 이 경우 유출계수는 0에 가깝다.
자연 상태의 건강한 산림은 일반적으로 유출계수가 0.3~0.4 정도이다. 내린 비의 약 20~30%만 하천으로 흘러가고 나머지는 토양과 낙엽층에 저장되거나 지하수로 스며든다. 그러나 같은 땅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으면 유출계수는 0.8~0.9까지 높아질 수 있다. 결국 같은 비가 내려도 하천으로 흘러가는 물은 두 배에서 세 배까지 많아진다.
비가 많아진 것이 아니다. 우리가 더 많은 물을 한꺼번에 흘려보내는 도시를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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