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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다운 될 때 떡볶이는 가장 쉬운 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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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간호사 시절이던 9년 전, 저는 눈이 턱쯤에 달려 있었습니다. 맨날 땅만 보고 다닌 탓에 사람들은 저를 보면 어깨 좀 펴고 다니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사실 어깨를 안 피고 다니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어깨가 그냥 말려 있어서 자동으로 땅을 볼 수밖에 없던 거였어요. 기린이 목을 빼고 싶어서 빼고 있나요. 목이 기니까 그렇게 있는 거지. 그렇게 누가 쳐다보기만 해도 움츠러들던 저는, 늘 어딘가 날이 서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간호사는 '인수인계'라는 걸 합니다. 내 근무 시간 동안 환자들에게 새로 처방 난 약은 없는지, 검사는 오늘 나갔는지, 아프다고 호소한 건 없는지 다음 근무자에게 빠짐없이 전달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억울한 일이 있었습니다.

신규 간호사 시절엔 서툰 만큼 실수도 잦아요. 각자 다 달라 보여도, 결국 다들 비슷비슷한 사고를 치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저와 똑같은 실수를 한 동기에게는 선배가 화를 내지 않더라고요. 저한테는 아주 불같이 화를 냈던 게 아직도 선명한데 "뭐,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가는 걸 눈앞에서 목격한 겁니다.

너무 억울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못 했어요. 이야기를 하면 동기한테도 창피하고, 선배한테 말한들 뭐가 달라지겠어요. 물론 그럴 용기도 없었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딱 하나밖에 없었어요. 그게 뭐냐면요 집에 가서 떡볶이를 막 먹었어요.

"아, 진짜 열받아. 왜 나한테만 난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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