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코스피... 풍요가 불러 온 '불안의 시대'에 묻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우리 사회를 포함한 지구촌은 과잉 노동을 경계하고 개인의 삶을 우선시하는 분위기였다. 2017년 무렵 등장한 '워라밸'을 시작으로 욜로와 소확행이 뒤를 이었고, 초저금리와 자산 폭등이 겹친 2020년 초반에는 청년들 사이에서 '파이어족'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실제 몇 년 전 갓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필자의 아들도 그 무렵 "젊을 때 좀 고되게 일해 벌고 하루라도 빨리 은퇴하도 싶어요"라는 말을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2026년 지금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AI 시대가 도래하며 전문가들은 앞다투어 '노동의 종말'을 이야기한다. 먼 사례를 들 필요도 없이 필자의 가정만 봐도 그렇다. 첫째는 AI 등장 직전, 취업 시장이 가장 뜨거웠을 때 취업에 성공했지만, 둘째는 원하던 대학과 학과에 합격한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AI가 불러 온 취업난 앞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졸업을 미루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노동은 성스러운가
이쯤에서 '노동'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먹고사는 노동은 필자에게도 늘 불편한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노동 즉, 일하는 행위는 부정보다는 긍정, 때로는 '성스러운 것'에 가까웠다. 물론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현대인의 노동이 여전히 과하다는 데는 관련 전문가들도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어쩌면 필자 역시 과잉 노동의 당사자였다. 회사원 시절엔 주 6일제가 당연했고, 주 5일제가 막 자리 잡을 무렵 자영업자가 되면서 그마저도 누리지 못했다. 자영업을 접고 다시 직장인이 된 지금도 주말엔 '투잡러'로 일을 이어가니, 35년 경제활동 중 온전한 주 5일을 누린 해는 한 손에 꼽는다.
언젠가부터 주말 부업 때 짬짬이 이어폰으로 교양과 시사 오디오를 듣는다. 자영업 시절 가게에 갇혀 시사와 뉴스에서 멀어졌던 경험 탓에 생긴, 일종의 뒤늦은 벌충인 셈이다. 그렇게 몇 해 전 알게 된 문장 하나가 인상 깊었다.
'Arbeit macht frei'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뜻의 19세기 독일 소설의 제목으로, '정직한 노동이 인간의 내면을 구원한다'는 내용의 소설이라고 한다(훗날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나치 강제수용소 정문에 새겨져 역사상 가장 악랄한 기만의 표어로 변질되었다). 이 문구는 1차 세계 대전 패전 직후의 바이마르 공화국(Weimar Republic) 시절, 국가적 정책 슬로건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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