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당신은 어떤 '갑옷'을 입고 있나요?

어릴 때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용조차 무서웠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나니 용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 약해 보이면 안 된다는 강박, 그리고 혼자 견뎌야 한다는 고집이다.
그레구아르 라포르세가 쓰고 샤를로트 파랑이 그린 그림책 <나는 절대 갑옷을 벗지 않아>는 바로 그런 '보이지 않는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지만, 오히려 어른들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아이에게 더 오래 이야기하는 듯하다.
갑옷을 입은 소년, 마일로
주인공 마일로는 대대로 이어져 온 기사 가문의 후손이다. 마일로는 완벽한 기사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다그친다. 웃고 춤추며 자유롭게 사는 어릿광대가 부럽지만, 자신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다. 언제 나타날지 모를 용을 대비해 칼을 갈고 갑옷을 닦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갑옷을 벗지 않고 입은 채로 생활한다.
마일로에게 갑옷은 자신을 지켜주는 보호막이다. 하지만 동시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감춘 마음의 껍질이기도 하다. 그는 갑옷 덕분에 안전하다고 믿지만, 갑옷 안에 자신을 가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책을 읽어 주며 손자 로리에게 물었다.
"마일로는 왜 갑옷을 벗지 않을까?"
로리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갑옷을 좋아하나 보다."
다시 물었다.
"용은 정말 있을까?"
그러자 로리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용은 공룡을 말하는 게 아닐까? 공룡은 지구에서 다 떠났잖아."
아이의 대답은 단순했지만 오래 남았다. 실제로 마일로의 나라에는 지난 1만 년 동안 단 한 번도 용이 나타난 적이 없다. 그런데도 그는 존재하지 않는 위험을 두려워하며 자신의 삶을 꽁꽁 묶어 둔다. 문득 궁금해졌다. 혹시 로리도 마음속에 자신만의 갑옷을 입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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