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받고도 강제수사는 선거 후? 경찰 '정무적 판단'이 키운 혼란
6·3 지방선거 국면을 뒤흔든 '음료 테러 자작극'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를 선거 보름 전 이미 피의자로 입건하고도 압수수색 등 핵심 강제수사를 대부분 선거 이후로 미뤄 수사 전반을 지연시켰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경찰의 수사 지연이 정치권의 공방을 격화시키고 음모론을 키워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의자 입건은 '선거 전', 핵심 수사는 '선거 후'부산경찰청은 지난 13일 수사 경과 브리핑에서 정 전 후보를 선거 보름 전인 지난 5월 19일 피의자로 공식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의사실 공표와 선거 개입 우려 등을 이유로 선거 전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압수수색 역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등으로 인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은 시간대별 수사 과정을 짚어볼 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정 전 후보는 공식 입건 하루 전인 5월 18일 이미 경찰 소환 조사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피의자가 자작극을 자백하고 공범의 존재까지 구체적으로 드러난 중대 상황이었지만 경찰은 선거일까지 추가 소환 조사나 대대적인 강제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달 1일 정 전 후보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신청해 다음 날 발부 받았지만, 실제 집행은 선거가 끝난 다음 날인 6월 4일에야 이뤄졌다.
소환 조사 역시 선거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정 전 후보 측은 선거가 끝난 후 경찰에 출석하겠다고 의사를 밝혔고 경찰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가 지연됐더라도 임의수사와 소환조사마저 선거 뒤로 미뤄준 것은 피의자 편의를 과도하게 봐준 '소극적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 수사 전반 지연되면서 정치권 공방·각종 의혹 증폭
수사가 늦어지면서 정당이나 추가 조력자가 개입했는지 여부, 부친이 운영하는 회사의 선거 개입 의혹 등에 대한 후속 수사도 진척이 없는 상태다. 경찰 수사 전반이 장기화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선거 공작' 등 각종 의혹과 공방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정 전 후보가 범행을 자백하기 바로 전날인 5월 17일,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측 핵심 관계자 및 현역 시의원과 부산 모처에서 극비리에 회동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회동의 성격과 조건부 단일화 제안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의 진실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관련기사=CBS노컷뉴스 26.07.13 [단독] 이준석 '정이한 공작설' 배경 된 단일화 접촉…박형준 측, 천하람도 만났다)
법조계에서는 만약 후보 사퇴를 대가로 구체적인 공직이나 직책을 약속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은 현재까지 단일화 제안 의혹과 관련한 수사는 진행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단일화 제안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사안은 없다"며 "다만 관련 혐의가 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정황이 확인되면 추후 수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원칙보다 정무적 판단한 경찰…결국 음모론 키웠다"형사사법 전문가들은 경찰이 사법 기관으로서의 법과 원칙보다 '선거 개입 논란 방지'라는 정무적 판단을 앞세운 결과, 되레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정치권 공방으로 확대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공권력을 행사하기보다 선거를 의식 정무적 판단을 했다고 보여진다"면서 "피의자가 범행을 시인했다면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선거 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도 집행을 미뤘다. 또 피의자 측의 선거 이후 출석 요청을 받아들인 것 역시 편의를 봐준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면서 "수사가 지연되면서 그 틈을 타 정치세력이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키운 셈"이라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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