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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가족입니다"…당사자가 말하는 위탁 가정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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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① "우리도 가족입니다"…당사자가 말하는 위탁 가정 현실
(계속)
"정말 아기 때부터 밤잠 못 자가면서 안아주고 어르고 돌보며 내 관절을 녹여가면서 키운 내 아이거든요. 위탁가정이 사회적으로는 행정 제도이겠지만, 우리에게는 살을 부대끼고 함께 사는 그냥 삶이에요"

부산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이숙진씨는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 가운데 2명은 이 씨가 직접 낳지도, 입양하지도 않은 위탁 아동이다. 이 씨는 지난 2021년 생후 7개월 된 아기를 둘째로 맞았고, 몇 년 뒤 역시 태어난 지 8개월 된 아이를 가정의 셋째로 맞이해 지금까지 보호하고 있다.

제주도에 사는 배은희씨는 아이 두 명을 낳아 키우다, 아이들과 10살이 훌쩍 넘게 차이 나는 막내 딸을 가족으로 맞이하며 위탁 부모가 됐다. 배 씨는 어느새 12년째 애지중지 딸을 키우고 있다.  

두 사람과 아이들을 만나게 한 가정위탁제도는 보호자의 사망, 방임, 학대 등으로 원가정과 분리된 보호 대상 아동을 일반 가정에서 보호·양육하는 제도다. 보육 시설이 아닌 위탁보호를 희망하는 일반가정에서 아동을 보호해, 위기 아동이 가정적인 분위기에서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책임 100%, 권한은 0%"…'동거인'이라는 낙인
위탁 부모들은 아이를 친자식보다 더 정성을 쏟으며 조심스럽게 키우고 있지만, 행정 서류상 위탁 부모의 지위는 '동거인'에 불과하다.
 
배은희씨는 "동거인이라는 글자가 한스러울 지경이다. 10년 넘게 내 자식으로 키워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배 씨는 친부모가 동의하지 않아 지금까지 법적 후견인이 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배 씨는 "아이가 긴급 수술을 받아도 사인을 할 수 없고, 휴대전화 개통도 할 수 없다"며 "아이 친구들이 다 온라인 뱅킹을 사용하는데 우리 아이는 쓰지 못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가서 대출증을 만들려고 했는데 제가 만들어 줄 수가 없었다. 동거인이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소소한 것까지 제한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보호 전문 요원이 1년에 4차례 가정에 방문해 아이가 잘 자라는지 확인을 한다. 필요한 절차지만 '아이는 왜 다쳤어? 잘 기르고 있는거야?' '맡은 바 책임 다하고 있어?' 등 책임을 묻는 시선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최근 법 개정으로 위탁 부모가 1년 동안 계좌 개설과 통신·의료 서비스 이용 등 임시 후견인 자격을 행사할 수 있게 됐지만, 위탁 부모들은 크게 환영하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배 씨는 "위탁 부모들의 노력과 행정적인 검토 끝에 임시 후견인 제도라는 결과가 나와 감사한 마음이 크다"면서도 "다만 위탁 가정이 애초 위탁 기간을 명시해서 계약서를 쓰는 만큼, 그 동안에는 위탁 부모에게 후견인 권한을 줬으면 좋겠다. 대부분 위탁 아동이 원가정 복귀율이 낮고, 장기 보호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1년이라는 기간은 너무 한시적이다"라고 토로했다.

"돈 받고 키운다"…지자체의 야박한 지원과 서글픈 시선
위탁가정에게 지급되는 양육보조금은 지자체의 재정 상황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양육보조금 지원을 만 7세 미만은 월 34만 원 이상, 만 7세~13세 미만은 45만 원 이상, 만 13세 이상은 56만 원 이상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광역지자체는 17곳 중 서울과 인천에 불과하다. 부산의 경우 모든 연령의 아동에게 월 30만 원만 지급해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이 씨는 "아이들 앞으로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나 보조금 등을 받지만 우리가 사비로 더 얹어 쓰는 돈이 배로 많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받고 한다고 이야기하는 불편한 시선들이 있어서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위탁가정도 다자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산시청에 민원 전화를 했다가 공무원으로부터 "기초수급자 수급비나 보조금도 받으면서 왜 또 다자녀 혜택까지 요구하냐"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위탁 부모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사용한 돈을 일일이 증빙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증빙 절차가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위탁 부모들은 영수증과 씨름하고 있다.
 
이 씨는 "법적 후견인이기 때문에 법원에 1년마다 아이에게 사용한 금액을 1원까지 모두 영수증을 제출해야 한다. 가족들끼리 외식하러 가서 고기 값까지 한 점 한 점 계산해야 하는 건지, 수박 한 통을 사도 아이가 먹은 만큼 따로 구분해야 하는 건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며 "다른 엄마들이랑 이야기해보면 영수증 처리도 지자체별로 다 제각각인 데다, 아이 키우기엔 턱없이 적은 돈을 주면서 감시 아닌 감시를 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털어 놓았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 권한 없는 위탁 부모의 눈물
위탁 가정에게 찾아오는 가장 슬픈 순간은 아이가 친가정으로 돌아가는 '원가정 복귀' 시점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의 복귀 여부를 결정하는 '사례결정위원회'가 열리지만, 위탁 부모는 전혀 참여할 수 없다. 수년간 가장 가까이서 아이를 돌보며 상태를 잘 아는 위탁 부모의 의견은 배제되는 셈이다.
 
이 씨는 실제로 둘째의 원가정 복귀를 앞두고 있다. 이 씨는 "아이를 돌려보낼 때 친가정의 의사가 매우 크게 작용한다. 위탁 가정에서는 시점을 조율할 수 있는 권한조차 없다. 일주일 만에 아이와 이별한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과연 친가정이 아이를 잘 키울 준비가 됐을까, 우리 아이가 가면 밥이나 제대로 먹을까 하는 걱정에 매일 눈물로 보낸다. 좋아하는 음식을 가득 챙겨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걱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면서 "제도가 원가정 복귀를 목적으로 두고 있지만, 모든 과정에서 친권보다 아이의 안전과 건강, 행복을 먼저 고려해줬으면 좋겠다"며 "또 사랑으로 키우다 아이를 돌려 보낸 위탁 부모들을 위한 심리 상담 등 케어 서비스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배 씨 역시 "우리나라는 친권이 너무 강하다. 연락이 끊겼던 친부모가 갑자기 나타나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하면, 법적으로 위탁 부모는 아무런 의견도 낼 수 없다"며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사례결정위원회에 위탁 부모의 의견도 반영되어 복귀 시점 등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도 아닌 가족으로"…'법적 울타리' 간절한 위탁 가정
이들은 위탁 아동을 직접 낳지는 않았지만 사랑으로 키운 '내 자식'이라고 표현했다.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 보호 제도로 운영되지만, 이들에게 위탁 가정은 사랑을 나누는 '가족'일 뿐이다. 이들은 가정위탁제도가 우리 사회에서 더욱 자리 잡기 위해선 인식과 제도 모두 위탁 가정을 하나의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씨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위탁 가정을 넣어 주기를 가장 원한다. 지금 우리는 분명 가족이지만, 법이 인정하는 가족은 아니다. 아이가 아플 때나 공개 수업을 할 때 가족 돌봄 휴가를 쓸 수도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눈치를 보며 싸워서 하나하나 요구해나가야 한다. 법적 가족 테두리에 위탁 가족이 포함되면 법령과 제도가 따라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적으로 위탁가정에 대한 인식을 높여, 하나의 가족 형태로 자연스럽게 받아드려 지길 바란다는 바람도 전했다. 배 씨는 "사회복지 공무원조차도 가정위탁제도 자체를 몰라 우리가 몇 번이고 제도를 설명하다가 지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 제도가 행복한 가정의 모습으로 알려져서, 위탁 가정을 자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씨 역시 "교육 과정에서 입양 뿐 아니라 위탁 가정도 다양한 모습의 가족 중 하나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위탁 가정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해 제도를 알리는 광고나 캠페인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우리 사회에 위탁 가정이 더 늘어나, 한 아이라도 더 시설이 아닌 따뜻한 가정의 품 안에서 자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아이들이 가족의 품 안에서 사랑을 받고 자라는 게 정말 중요하다. 더 많은 아이들이 보육시설이 아닌 위탁 가정에서 자라길 간절히 바란다"며 "정부, 지자체 차원에서 위탁 가정을 더 발굴하고, 안정적으로 위탁할 수 있도록 지원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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