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도 빚, 폐업도 빚"…대출에 갇힌 소상공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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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벌기 위해 장사하는 게 아니라 빚 갚으려고 버티는 겁니다."
경기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에서 11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방모(50대)씨는 최근 가게를 내놨다. 2015년 "맛집을 만들어 보겠다"는 꿈으로 창업했지만 지금 그의 손에 남은 것은 1억원가량의 채무뿐이다.
개업 초기부터 손님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루 2~3테이블에 그치는 날이 이어졌고, 팔리지 않은 고기는 그대로 폐기해야 했다. 매출은 제자리였지만 임대료와 식자재비 등 고정비는 매달 빠져나갔다. 준비한 운영자금은 불과 6개월 만에 바닥났고 결국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 신용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빚은 시작에 불과했다. 장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카드대출과 정책자금, 지인에게 빌린 돈으로 운영비를 돌려막는 생활이 반복됐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빚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고 결국 개인회생 절차를 밟았다. 최근에는 정부의 새출발기금에 9천만원 규모의 채무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방씨는 "장사가 안돼 돈을 벌려고 대출을 받은 것이 아니라 가게 문을 닫지 않기 위해 빚을 냈다"며 "대출을 갚기 위해 또 대출을 받고, 다시 지인에게 돈을 빌리는 생활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의 한 대학가에서 퓨전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40대)씨 역시 빚의 굴레를 피하지 못했다.
2022년 말 창업 당시 월매출은 3천만원에 달했지만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이 이어지면서 현재는 800만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월세와 공과금, 4대 보험료, 각종 렌털비 등 고정비는 줄지 않았다. 적자가 누적되자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알아봤지만 연체 이력 때문에 금융권은 물론 일부 소상공인 지원사업에서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결국 사채와 지인에게까지 손을 벌려 하루하루를 버텼고 빚은 500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불어났다.
박씨는 "매출은 줄어드는데 고정비는 그대로 나가고 지원을 받으려 해도 연체 기록 때문에 막혔다"며 "매출에는 재료비와 운영비가 모두 포함되는데 총매출만으로 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자영업 대출 1095조 5천억원…연체액도 22조 3천억원
방씨와 박씨의 사례는 예외가 아니다. 장기화된 내수 부진과 소비 위축 속에 자영업자들은 운영자금을 대출로 돌려막고, 불어난 원리금 부담은 다시 연체와 폐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의 금융권 대출 잔액은 1095조 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2조 6천억원 증가한 규모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자영업자 대출은 코로나19 이후인 2022년 처음 1천조원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생존을 위해 대출에 의존하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이를 제때 갚지 못하는 사례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연체 지표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 연체액은 22조 3천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원 늘며 처음으로 22조원을 넘어섰다. 연체율도 1.86%에서 2.04%로 상승했다.
특히 저축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12.79%, 카드·캐피털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연체율은 3.98%를 기록하는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자영업자 대출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도 연간 이자 부담이 약 1조8천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폐업해도 끝나지 않는 빚
가게 문을 닫아도 빚은 끝나지 않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실시한 '2025년 소상공인 폐업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폐업 사업자는 97만6천개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100만개에 육박했다.
폐업 사유의 70.9%는 수익성 악화와 매출 부진이었다. 매출 감소 원인으로는 '내수 부진에 따른 고객 감소'가 62.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폐업 소상공인의 68.5%는 폐업 당시에도 부채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평균 부채는 8531만원이었다. 폐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는 '대출금 상환'(45.5%)을 꼽았다.
실제 폐업 이후에도 빚을 떠안은 채 생계를 이어가는 자영업자는 적지 않다.
성남 판교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다 올해 초 폐업한 박모(40대)씨는 지금도 은행 빚을 갚고 있다.
박씨는 2023년 상가를 매입하며 6억원을 대출받아 자신의 브랜드 카페를 창업했다. 주변 기업과 아파트 입주를 기대했지만 일부 기업은 경영난으로 입주를 미뤘고, 개업 한 달 만에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까지 들어서면서 매출은 기대와 달리 바닥을 맴돌았다.
결국 월수익은 200만원 안팎에 그쳤고 은행 대출을 감당하지 못한 채 올해 초 폐업을 선택했다.
상가는 임대를 줘 일부 대출을 상환했지만 폐업 이후에도 빚은 그대로 남았다. 현재는 식당에서 일하며 매달 원리금을 갚고 있다.
박씨는 "가게를 정리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빚은 그대로 남았다"며 "지금도 월급 대부분이 대출 상환으로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대출보다 매출 키우는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내수 회복과 함께 소상공인의 매출 기반을 키우는 정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빚으로 버티고 다시 빚을 갚는 악순환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코로나19 당시 받은 정책대출의 원금 상환 시기가 도래하는 상황에서 장기화된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이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일회성 자금 지원보다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체질 개선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골목상권 주차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화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소비가 지역 상권으로 이어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단순히 대출을 늘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디지털 판로 확대와 상권 활성화 등을 통해 소상공인이 스스로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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