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서 '고배' 한화오션, 美군함 건조 '일발장타' 노린다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할 수 있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던진 질문이다. G7 이후 3주 만에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역시 이 대통령을 만나 한국이 군용 선박을 건조해 미국에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만날때 마다 '군함 건조'를 입에 달기 시작했다. 미국 행정부는 최근 국내 조선 3사에 군용 선박 설계 역량과 생산 능력에 대한 정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미 해군과 관련된 소식들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의 다급함을 이해할 수 있다
미국 30년 동안 '트럼프급 전함' 15척 건조하겠다지만…미 해군은 지난 5월 발표한 '조선계획'을 통해 '트럼프급 전함'을 2055년까지 최소 15척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척당 가격만 약 170억 달러에 달하는 트럼프급 전함은 추진체계로는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에 탑재된 A1B 원자로가 채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이른바 '황금 함대' 구상의 핵심이다.
'장미빛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조차 회의적이다. 트럼프급 전함처럼 A1B 원자로를 탑재된 군함 건조 역량이 있는 조선소는 현재 뉴포트 뉴스 조선소(Newport News Shipbuilding·NNS) 뿐이다. 하지만 뉴포트 뉴스 조선소는 이미 버지니아급 및 컬럼비아급 잠수함 건조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는 "뉴포트 뉴스 조선소는 기존의 잠수함 건조와 항모, 전함의 원자로 생산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병목 지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해군도 계획 문건에 자국 조선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동맹과 협력을 병행한다'는 조항을 명시했다. 미 의회가 해외에서의 지원함 건조 승인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미 발주한 잠수함 건조하려면…25만명 신규 조선 인력 필요
미국이 수십 년간 걸어잠갔던 '군함의 미영토 건조'라는 빗장을 스스로 풀려는 이유는 '조선업 붕괴'라는 냉엄한 현실에 있다. 미 국방 안보전문지 '19FortyFive' 편집장 브랜든 와이어트는 기고문에서 "미국 해군이 이미 발주한 잠수함을 건조하려면 약 25만 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며 "원자력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최고 수준 용접공을 양성하는 데만 30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게리 앤더슨 전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미국의 국방전문 매체 '리얼클리어디펜스' 기고문을 통해 "미 '선박법(Ships ACT)'이 수십년간 이어진 조선업의 쇠퇴를 되돌리려 하지만, 상선과 군함 건조 모두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려면 수년,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며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의 역량을 활용해 단기적으로 조선 능력과 유지보수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현실은 국방전문가들에게만 국한된 견해는 아니다. 헝 카오 미 해군장관 대행은 지난 5월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출석해 "현재 미국에서 함정을 건조하는 업체는 사실상 두 곳 뿐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다른 조선업체들도 검토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간 얼마 남지 않은 미국의 해상 패권, 급한 불 끄기 한국이 해답미국을 다급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급속도로 해상전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에 있다.
중국 해군은 지난 5월 35번째 신형함인 052D 구축함, 퉁촨함(Tongchuan)을 취역시키며 수상 전투함 전력 우위를 공고히 했다. 중국 정부는 세계 최대 수준의 해군 규모를 유지하며 2035년까지 항공모함 9척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반면, 미국은 인력 부족, 공급망 지연, 드라이도크 부족 등 조선산업 병목현상으로 차세대 구축함 DDG-51 건조마저 지연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해군은 향후 유인 전투함 퇴역이 신규 전력 도입을 상회한다. 2030년대 초까지 항공모함·구축함·잠수함 등 46척이 퇴역하고, 함대 규모도 2027년 288척 수준까지 감소할 예정이다. 게리 앤더슨 전 부장관은 앞선 기고문에서 "미 해군의 계획, 예산, 집행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중국은 곧 미국을 추월해 바다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미국이 2030년 초까지 중국에 밀리지 않는 해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맹국들, 특히 한국의 협조가 반드시 선행되야 하는 이유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5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육군협회 태평양지상군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한국의 첨단 제조 역량은 억제력으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 자리에서 한화오션의 월리쉬라함 창정비 사례를 언급하는 등 한국의 군함 MRO(정비ㆍ수리ㆍ운영) 역량을 부각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마스가' 비전을 제시한 한국은 지난 달 18일 미국에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설립했다.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투자금 가운데 1500억 달러가 조선업에 투자될 예정이다. 한국 산업통상부와 미국 상무부는 '한·미 조선 파트너십 이니셔티브'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한화필리조선소를 방문한 한국계 앤디 김 상원의원은 "합의된 프로젝트들이 실제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백악관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조속한 정책집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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