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침대 고발 8년... 이 분들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얼마 전 파주 제3땅굴에서 환경부 실내공기질 권고기준의 30배가 넘는 고농도 라돈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라돈은 토양과 암석 속 우라늄이 방사성 붕괴를 거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자연 방사성 기체다. 색도 냄새도 없어 사람이 직접 감지할 수 없지만, 장기간 들이마시면 폐암 위험을 높이는 1급 발암물질이다. 밀폐된 공간에 축적된 고농도 자연방사성물질은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기에 땅굴의 라돈 검출 보도는 충격적이었다. 더 큰 충격은 이 문제가 한두 해 제기된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2018년 5월, 건강에 좋다며 팔린 음이온 침대에서 다량의 라돈이 방출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루의 3분의 1을 보내는, 가장 안전해야 할 침실이 피폭 공간이 돼 있었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위험을 찾아낸 주체였다. 정부의 감시망도 제품 인증 체계도 아니었다. 간이 라돈 측정기를 침대 위에 올려놓고 잰 한 소비자였다. 제도가 위험을 발견해 시민을 보호한 것이 아니라, 시민이 위험을 발견해 정부를 움직인 것이다.
위험을 먼저 발견한 것은 시민이었다
사건 초기 정부의 대응부터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최초 보도 일주일 뒤 내놓은 1차 조사 결과에서 10시간 수면 기준 약 0.5mSv의 추가 피폭이 발생한다고 밝히면서도, 해당 침대의 영향이 '기준치 이하'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그 기준은 외부피폭을 전제로 한 가공제품 안전기준이었다. 시트를 깔고 얼굴을 대고 자는 침대에서 핵심 위험은 호흡을 통한 내부피폭인데, 내부피폭에 대한 제품 기준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닷새 뒤, 속커버만 조사했던 1차와 달리 스펀지까지 포함해 재조사한 2차 결과에서 판단은 뒤집혔다. 매트리스 7종이 안전기준 부적합 결함제품으로 확인됐고, 일부 제품은 기준치의 9.3배에 달했다. 원안위 스스로 가공제품 안전기준이 내부피폭을 고려한 것이 아님을 인정했다. 닷새 만에 번복된 안전성 발표는 규제기관의 조사 역량과 소통 방식에 대한 불신을 키웠고, 그 불신은 지금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문제는 한 기업의 일탈이 아님이 드러났다. 모나자이트는 대진침대 외에도 국내 66개 업체에 납품돼 있었고, 대진침대 수거가 한창이던 그해 7월에는 정부 조사 대상 목록에도 없던 까사미아 토퍼에서 기준 초과 라돈이 검출됐다. 이 역시 소비자의 신고로 알려졌다. 이어 가누다 베개 커버, 씰리침대에서도 라돈이 잇따라 확인됐다.
라돈침대 사건 이전에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선 위험을 우려한 시민이 시중 벽지를 직접 측정해 밝혀낸 '방사능 벽지' 사건이 있었다. 이후에도 대리석과 건축자재, 돌침대와 흙침대, 고양이 모래, 화분용 흙에 이르기까지 광물성 소재를 쓰는 다양한 생활 제품에서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화강암 지대가 넓어 자연 방사능 농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지질 특성까지 고려하면, 생활 방사선은 특정 제품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상 안전 문제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위험을 가장 먼저 발견한 주체가 시민이었다는 사실이다.
수거 이후를 법은 준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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