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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사건' 이후 잇따른 약물 범죄…처방약 관리 사각지대 여전

노컷뉴스

이른바 '김소영 사건' 이후 합법적으로 처방된 향정신성의약품을 살인과 강도 등 강력범죄에 악용하는 모방 범행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범행 목적의 처방 자체를 완전히 걸러내기는 어려운 만큼 중복·과다 처방을 막을 수 있는 관리 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처방약 먹여 살인 시도…김소영 유사 범행 반복 
14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이른바 '김소영 사건'이 알려진 뒤 합법적으로 처방된 약물을 살인과 강도 등 강력범죄에 악용하는 모방 범행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나상훈 부장판사)는 지난 8일 살인미수와 살인예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40대 태권도장 여직원 A씨와 20대 여성 관장 B씨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6일까지 경기 부천에 있는 A씨 자택에서 약물을 탄 술과 흉기를 이용해 A씨 남편을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자신이 처방받은 벤조디아제핀계 알약 60정을 빻아 가루로 만든 뒤 소주 페트병에 넣어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벤조디아제핀은 불면증과 불안장애 등 치료에 쓰이는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다. 뇌의 중추신경계를 억제해 진정과 수면 효과가 있다. 과량 복용하거나 술과 함께 복용할 경우 의식 저하와 호흡 억제를 일으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수사당국 안팎에서는 A씨와 B씨가 '약물 연쇄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소영의 범행 수법을 모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소영은 지난 1월 28일과 2월 9일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숙취해소제에 섞어 남성들에게 건네 숨지게 했다. 김소영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고 있는 것으로 가장하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물을 처방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소영과 유사한 수법의 범행은 더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부지검은 지난 5월 18일 강도상해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20대 여성 C씨를 구속기소했다.
 
C씨는 지난 4월 23일 동거 중이던 30대 남성에게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먹여 재운 뒤 금품을 빼앗으려 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해 12월부터 약 5개월간 다른 남성 최소 3명에게 같은 수법으로 범행한 혐의로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C씨는 공황장애 치료를 위해 병원에서 해당 약물을 처방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조디아제핀을 사용한 범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소영 사건 이전에도 부산과 인천 등에서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이용해 피해자를 기절시키거나 의식을 잃게 만든 뒤 금품을 훔친 사건들이 최소 4차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사건에서는 고가의 귀금속과 현금 등이 피해 품목으로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1건은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처방 자체는 못 막아…중복·과다 처방 예방해야" 
벤조디아제핀을 악용한 범죄가 반복되고 있지만 처방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벤조디아제핀 계열인 알프라졸람, 로라제팜, 디아제팜, 에티졸람 등 13개 품목의 처방량은 2021년 8억 988만 개, 2022년 8억 2708만 개, 2023년 8억 5034만 개, 2024년 8억 5600만 개, 2025년 8억 6335만 개로 꾸준히 늘었다.
 
의료용 마약류 사용도 증가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용 마약류 월간 동향'에 따르면, 의료용 마약류 처방량은 2022년 18억 7360만 정에서 2023년 18억 9411만 정, 2024년 19억 2663만 정, 2025년 19억 5724만 정으로 매년 늘고 있다.
 
반복되는 범죄 악용 사례에 대응하기 위해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을 물리력만으로 제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벤조디아제핀 등 약물이 남성을 제압하는 용이한 범행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라며 "마약류 남용, 상해, 살인 등에 대한 처벌 강화와 재범 관리도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과 교수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특성상 환자의 말을 바탕으로 진료하기 때문에 범행에 악용하려고 약물을 처방받는 사람을 완벽히 가려내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범죄 악용 가능성을 함께 관리하기 위해 처방 이력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관리하는 시스템 등을 만들어 중복 처방과 과다 처방을 막을 필요가 있다"며 "의·약사 또한 복약지도를 자세하고 엄격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오늘 4차 공판…혐의 시인할까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4부(오병희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30분 살인과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소영의 네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김소영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섞은 음료를 남성들에게 건네 숨지게 하거나 의식을 잃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같은 수법으로 남성 3명을 기절하게 만든 사실이 확인돼 검찰은 지난 4월 김소영을 추가 기소했다.
 
김소영 측 변호인은 지난달 11일 3차 공판기일에서 "(추가 기소 사건) 피해자 3명을 만난 사실은 있지만 알약 가루를 넣은 숙취해소제를 건넨 사실 자체가 없다"고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또 지난 4월 9일 첫 공판에서 김소영은 "음료를 건넨 것은 맞지만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살인 고의를 부정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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