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유보통합…"교부금법 개정·기관 간 격차 해소해야"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유보통합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가운데, 행정 체계 통합을 넘어 지속 가능한 재정 통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채택한 '정부책임형 유보통합 완성'을 달성하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편을 통해 재원 안정성을 확보하고, 유보통합 3법(영유아보육법·지방교육자치법·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야 하며,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0일 오후 국회에서는 사단법인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한어총) 주최로 '정부책임형 유보통합 추진을 위한 행정·재정 과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유보통합은 이원화된 영유아 교육과 보육을 하나로 합치는 것으로, 보건복지부가 맡아온 영유아 보육 업무·예산을 교육부와 교육청으로 이관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2023년 12월 정부조직법이 개정되며 어린이집 관리 사무를 복지부에서 교육부로 이관하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고, 2024년 6월 보육 업무와 예산이 교육부로 넘어갔다. 관리부처가 일원화된 지 2년이 흘렀지만 부처 통합만 이뤄졌을 뿐 기관과 교원 통합 과정 등 구체적 실행 방안을 놓고 이견이 이어지며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2024년 12월 교육부는 유보통합 통합기관 설립·운영기준안과 교원 자격·양성체제 개편안 시안을 논의하는 공청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한어총이 보이콧을 선언하며 취소됐다. 공청회 무산 이후 최종안 발표는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지난해 9월 이재명 정부는 '정부책임형 유보통합'을 국정과제로 채택했고, 작년 12월에는 유보통합 핵심 쟁점을 심의·의결하는 유보통합 추진위원회의 유효기간을 3년 연장하기도 했다. 올해는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3~5세)를 확대·개편해 일반회계 보육 사업과 신규 유보통합 사업을 포함하는 영유아특별회계(0~5세)를 신설했다.
◆"교육교부금에 보육 재원 편입해야"…초·중등 재원 잠식 우려도 공존
이날 엄문영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유보통합의 완성이 결국 '재정 통합'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엄 교수는 '정부책임형 유보통합 추진을 위한 행정·재정 과제'를 주제로 발제하며 행정·재정 통합의 4대 핵심 쟁점으로 ▲재원구조의 불안정성 ▲교부금 감소 및 초·중등 재원 잠식 우려 ▲지자체 특수시책 예산의 이관 불확실성 ▲연령·기관 간 지원 격차 등을 꼽았다.
유보통합 재정 개편의 3대 원칙으로는 ▲보육 재정 수요를 반영한 추가 재원 확충 ▲임시가 아닌 법정 재원 구조로의 편입 ▲0~2세 영아와 어린이집 포괄 등을 제시했다.
엄 교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을 통한 재원 법정화를 대안으로 제안했다. 교부금법을 개정해 지원 대상에 '영유아 보육'을 명시하고, '교육·보육재정교부금법'으로 개편해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부금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국세 20.79%인 교부율을 상향하거나 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현실화하고, 유보통합 이후 특수시책 예산이 축소되거나 단절되지 않도록 해당 예산까지 법정 재원 구조 안에서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수시책 예산은 급·간식비, 보육교직원 처우 개선, 운영비 등 지역 보육 서비스 질을 지탱하는 재원으로 중앙 기본보육예산과는 별도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여건에 따라 편성해 온 예산이다.
엄 교수는 올해까지는 '제도 안착'을 목표로 유보통합 3법을 개정하고, 영유아특별회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지자체 특수시책 예산을 보전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부터 2028년까지는 '격차 해소' 단계로 교부율을 현실화하고, 표준 교육·보육비용을 산출·통일하며 0~2세 부모부담금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2029년부터는 '완전 통합' 단계에 들어서 지방 단위 행·재정을 완전히 이관하고 재정 자동 안정화 구조를 정착시키며, 균등한 출발선을 보장해야 한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교부금에 보육 재원을 편입하는 것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됐다. 이현국 강원대 공공행정학과 교수는 보육 재원이 교부금으로 편입될 경우 법정 재원을 통해 지속 가능성이 확보되고 연령·기관 간 지원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교부금 총량의 제약성으로 초·중등 재원을 잠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기존 교부금이 이미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보육이라는 새로운 지출 항목을 같은 파이 안에 편입할 경우 교부율의 획기적인 인상이 뒤따르지 않는 한 결국 초·중등 교육 재원과 보육 재원이 제한된 재원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될 위험이 크다"며 "재원 증대와 교부금 내에서 영유아교육·보육 계정을 따로 두는 방법 등에 대해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부율 현실화가 관철되지 못할 경우 학령인구 감소로 소규모 학교 통폐합 등 새로운 재정 수요에 직면한 초·중등 재정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자체 사무-복지부 재정 분담' 전통이 강한 보육 영역을 '국가-교육청 간 이전 재원 체계'로 편입할 경우 특수시책 예산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지자체 이탈을 유발하지 않도록 교부금 편입과 지자체 부담 의무화가 반드시 병행 설계돼야 하는데 이를 법적으로 강제할 명분이 명확하지 않다"며 "지자체가 자체 사업으로 수행하던 사업을 중앙정부가 교육청에 이관하도록 강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고 했다.
특수시책 예산을 서비스 보전 문제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미령 유보통합범국민연대 공동대표는 "지방 행·재정 이관에서 가장 민감한 쟁점은 지자체가 부담해 온 재원"이라며 "지자체의 지방대응투자분과 특수시책비를 구분해 전수조사하고, 필수서비스 수준의 유지·보장과 지역특화사업의 차등보조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했다.
◆어린이집 호봉·교직수당을 유치원 수준으로…"형평성 확보해야"
유보통합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관 간 형평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어린이집의 교직 수당, 교직원 호봉 체계 등을 유치원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어린이집은 1~30호봉, 유치원은 1~40호봉이 적용된다. 최명숙 한어총 국공립분과 위원장은 "동일한 영유아를 대상으로 국가책임을 수행하는 교직원임에도 기관 유형에 따라 호봉 상한이 10호봉 차이 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며 "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호봉 체계 역시 유치원 교사와 합리적인 수준에서 형평성을 확보하도록 단계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담임·연구·교직 수당 등 직무와 전문성에 기반한 직접 지원체계를 갖춘 유치원과 달리 어린이집은 누리과정 운영비와 처우개선비가 혼재돼 담임교사의 책임성·전문성에 대한 보상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어린이집도 직무에 기반한 직접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 국공립분과위원장은 "명칭과 직급 기준을 합리적으로 정비해 교육전문직으로서 위상과 책무가 제도적으로 반영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교직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유보통합은 제도의 통합일뿐 현장의 통합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 했다.
임진숙 한어총 회장은 "정부는 보육현장의 목소리에 책임 있는 정책과 제도로 답하고, 국회는 입법과 예산으로 답해 주시기 바란다"며 "오늘의 논의가 정부책임형 유보통합을 완성하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5757@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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