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가 섬뜩해지는 순간, 산재 현장의 민낯 보여준 연극
제47회 서울연극제 작품들이 연이어 무대에 오르고 있다. 필자는 그 가운데 지난주, 공식 선정작인 극단 이야기가의 <에라 모르겠다>(최재성 작,연출)와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춘섬이의 거짓말>(김정숙 작,연출)을 보기 위해 열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이 작품은 이미 작년, 제46회 서울연극제 자유경연작 부문에서 연출상과 대상을 받았다. 이번에 공식선정작으로 다시 무대에 올리게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작품의 성과와 의미가 컸다는 반증이겠다.
살아 숨쉬는 '이야기'라는 것
'극단 이야기가'는 2016년 3월 창단한 공연단체다. 이 극단을 잘 몰랐는데 최재성 연출의 인터뷰(《한국희곡》94호, 2024)를 보고 인상깊게 읽은 기억이 있다. 본인이 공연이 없을 때 공사장에서 일을 많이 하면서 크고 작은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많이 겪었고, 이러한 경험 속에서 사회적 환경과 개인 사정이 결합할 때 모순된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그리고 2024년 '제3회 보편적이지만은 않은 극적무대'에서 작, 연출한 <후성이네>(7.31.~8.4.)를 봤다. 극중 '후성이네'는 쓸모없어진 이들이 투기된 곳이나 다름없는 호스피스 병동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특히 성한 게 하나 없는 의자가 이 무대 전반의 극적 분위기를 조성했는데, 그 상징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극중 인물 모두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면서도 '흔들리고', '무너지고', '스스로 버려졌다' 믿는 사람들이었는데, 연극은 애써 그들을 보호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쓸모가 없어진 이들이 희망이 아닌 절망을 선택하는 것을 무척 객관적 시선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의 연극 <에라 모르겠다> 역시,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연극은 산업재해를 다루지만, 단순한 고발극이 아니다. 오히려 사고 이후의 시간을 집요하게 따라가며, 극 중 인물들의 다양한 얼굴을 부각시킨다. 이들이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지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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