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반, 비장애인 반. 그런 세상을 꿈꿔요"

피플퍼스트(People First)는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중심이 되어 자기권리를 옹호하고 차별에 저항하는 운동을 뜻한다. 나는 피플퍼스트 운동의 지지자이자 영상 기록자로서 피플퍼스트성북센터에 머무르고 있다. 피플퍼스트성북센터 동료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어느덧 2년 반을 넘겼지만, 나는 동료들에 대해 모르는 게 여전히 많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슬며시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지난 6월 마침 박연지 활동가가 나의 인터뷰 제안에 응해주었고, 나는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하나씩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우리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발달장애인 동료들에게서 받는 '힘'
- 피플퍼스트성북센터에서 하는 일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저는 피플퍼스트성북센터에서 동료상담가로 일하고 있어요.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동료상담을 하고, 강의를 하고, 자조모임도 하고 있어요. 또 집회나 시위, 기자회견에서 발달장애인의 권리에 대해 발언하기도 해요."
- 피플퍼스트 활동가로서 일한 지 1년 4개월 정도 됐잖아요? 그동안 활동하면서 기쁘고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궁금해요.
"첫 발언을 했을 때가 기억나요. 작년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날에 제가 무대에서 '나의 자립'에 대해 발언을 했거든요. '엄마의 잔소리가 너무 듣기 싫어서 나왔다' '난 자립해서 잘 살 거다' 그런 얘기를 했어요. 그 발언이 활동가로서 저의 첫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내 얘기를 끄집어내서 정리하고 그걸 사람들 앞에서 말한 게 좋았어요.
그때 병진(인터뷰어)이 찍은 사진도 기억나요. 4·20 행사가 열린 마로니에공원을 병진이 멀리서 찍었잖아요? 사람들이 엄청 많았는데, 그때 장애인이 반, 비장애인이 반이었어요. 그 모습이 되게 좋더라고요. 저는 장애인이 넘치도록 많은 그런 세상을 꿈꿔요. 진짜로 그런 세상이 되면 좋겠어요.
4·20 때 1박 2일 노숙농성 했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솔직히 말하면 '별로 안 하고 싶다', '내가 왜 노숙을 해? 우리 집에서 자도 되는데' 이런 생각을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평소에 자주 못 보는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동료들이랑 같이 노숙농성을 한다고 하니까 약간 힘이 났어요. 그날 밤 동료들이 잠들었을 때 저는 발언문 쓰느라 너무 늦게 잠들었는데, 피곤해서 핫팩도 못 꺼내고 그냥 자버렸어요. 반소매 티에 후드 점퍼만 입고 자서 결국 감기에 걸렸죠. 그래도 아침 일찍 일어나 눈곱도 안 떼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니까 웃기더라고요. 몸은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 피플퍼스트 활동 중에서 연지가 가장 좋아하는 건 무엇인가요?
"발달장애인 동료들과 무언가 활동을 할 때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동료들하고 야외에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발달장애인 동료들이 곁에 있으니까 나도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동료들이 없으면 되게 머뭇머뭇 했을 텐데 동료들이랑 밖에 나오니까 그런 마음이 사라져요. 행진할 때도 그래요. 예전에는 '내가 왜 행진을 해?'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저도 당당하게 행진해요. 발달장애인 동료들뿐만 아니라 모든 장애인 동료들이 다 함께 행진하니까 더 힘이 나는 것 같아요."
- 피플퍼스트 활동을 하면서 나 스스로 달라졌다고 느끼는 점이 더 있나요?
"엄마가 저보고 '너 용기가 생겼네?', '말발이 더 세졌네?'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 좀 웃겼어요. 피플퍼스트 활동을 하면서 제가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비장애인들이 저를 약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가 있는데, 이제 그런 시선들을 참지 않아요. 예를 들어, 예전에 병진이랑 걸어갈 때 그런 일이 있었잖아요. 할머니들이 저를 보고 '쯧쯧쯧' 혀 차는 소리를 내니까 제가 할머니들한테 화를 냈었죠. '그렇게 하지 마세요'라고. 제가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 자체가 뿌듯하고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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