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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욕망과 관찰한 현실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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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현실을 가공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좋은' 소설가는 현실을 조작하지 않는다. 그저 현실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끝까지 읽어낼 뿐이다.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은 자연이다. 안개 속 해돋이를 화폭에 담은 클로드 모네의 그림은 예술이다. 예술은 자연을 그대로 복사하는 일이 아니라, 현실을 새롭게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조작'은 현실을 개인의 욕망에 맞게 비틀어버리지만, '가공'은 현실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새로운 형식으로 드러낸다. 그렇기에 문학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인간을 발견하는 예술이다. 언뜻 남루해 보이는 우리의 일상도 작가의 깊은 시선이 닿으면 고유한 의미를 얻게 마련이다.

이러한 생각을 떠올리게 한 작품이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맨 끝줄 소년>이다. 문학 교수인 허문오(최민식 분)는 20년 전 소설 한 편을 남긴 후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하는 인물이다. 어느 날 그는 학생들의 과제를 검토하던 중 눈에 띄는 글을 발견하고 한껏 고무된다. 강의실에서도 줄곧 눈여겨보았던 학생이 있었는데, 바로 이강(최현욱 분)의 글이었다. 허 교수는 이강을 자택으로 불러들여 개인 지도를 시작한다. 이강은 계획적으로 친구의 집에 들어가 그 가정을 관찰한 내용을 소설로 써서 과제로 제출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허 교수에게 김수훈(허준호 분)이라는 소설가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잘나가던 김수훈은 허 교수의 추천사 부탁을 외면하며 그에게 깊은 모욕감과 상처를 남겼다. 이강이 잠입 취재를 위해 찾아간 친구의 아버지가 다름 아닌 김수훈이라는 것을 알게 된 허 교수는, 이때부터 이강의 창작을 더욱 적극적으로 부추기기 시작한다.

여기서 허 교수는 현실을 자신의 욕망대로 '조작'하려는 작가의 모습을 대변한다. 그는 소설의 소재가 모름지기 특별해야 한다며 일상의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폄하한다. 그리고 점점 더 자극적인 전개를 요구한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설정까지 강요하며, 소설을 어느새 개인적인 '복수의 도구'로 변질시킨다. 급기야 김수훈을 범죄자로 만드는 설정까지 요구하는데, 이는 과거의 모욕을 문학으로 되갚으려는 뒤틀린 욕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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