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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댄스 리그 'IDL' 서울 상륙…원밀리언 리아킴·조나 아키가 그리는 새로운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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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몸의 언어가 기어이 주어의 자리를 탈환했다. 오랫동안 음악의 시각적 보조재나 배경으로 복무하던 춤은, 이제 스스로 고유한 텍스트가 돼 세계의 감각을 재편하는 중이다.

그 역동적인 궤적의 최전선에 세계 최초의 글로벌 프로 댄스 리그 '인터내셔널 댄스 리그(IDL)'가 자리한다. 오는 8월1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막을 올리는 '서울 시리즈'는 단순한 일회성 경연이 아니다. 이는 안무가 프로 스포츠의 문법을 입고 대중의 일상 속에 지속 가능한 유산으로 뿌리내리는, 댄스 산업의 거대한 변곡점이다.

1억50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댄스 애플리케이션 '스티지(STEEZY)'의 제작진이 설립한 IDL은 최초의 댄스 프로 스포츠 리그를 표방한다. 국내 대표 안무가 리아 킴(김혜랑)이 이끄는 한국의 원밀리언(1MILLION)을 비롯해 쟁쟁한 팀들이 함께 한다. 원밀리언은 서울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댄스 크루로,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2640만명이라는 점이 특기됐다.

이와 함께 뉴질랜드 스타 안무가 패리스 고블이 이끄는 팀으로 슈퍼볼, 그래미 등에서 공연한 로열 패밀리(Royal Family)(뉴질랜드), NBC '월드 오브 댄스'와 패션지 '보그 스칸디나비아(Vogue Scandinavia)' 등에 소개된 '퀵 스타일(Quick Style)'(아랍에미리트)이 가세했다.

또 정확성으로 유명한 남부 캘리포니아 팀인 GRV(미국), 역시 '월드 오브 댄스'에 출연한 브라더후드(Brotherhood)(캐나다), 한국의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 시즌2 준우승 팀이자 여러 K-팝 안무에 참여한 잼 리퍼블릭(Jam Republic)(싱가포르)도 합류했다.

미국 MTV '아메리카 베스트 댄스 크루' 시리즈와 미국 프로농구(NBA), '포뮬러 원(F 1)'과 같은 프로 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대회로 도시 기반 프랜차이즈 팀들이 챔피언십을 따내기 위해 각 도시를 돌며 경쟁하고, 팬층을 구축해 '댄스 유산'을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이번 시즌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치러지는 이 치열한 무대의 중심에는, 리그의 창립 멤버이자 글로벌 댄스 신의 강력한 거점이 된 서울의 원밀리언이 있다. 서울의 한 지하 연습실에서 출발해 K-팝 퍼포먼스의 표준을 새롭게 제시한 수석 안무가 리아 킴의 서사는 춤이 지닌 성실한 땀의 가치를 오롯이 증명한다. 나아가, 한국 지하철 환승 음악 '얼씨구야'에 맞춘 움직임으로 국경의 벽을 유쾌하게 허물었던 미국 출신 안무가 조나 아키의 시선은 이 크루가 지향하는 초국적 연대의 의미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제도와 자본의 덫에 갇히지 않고, 오직 몸이 뿜어내는 정직한 에너지로 전 세계와 소통하는 두 사람에게 춤의 내일과 안무가의 위치를 물었다. 음악이 춤을 규정하던 시대를 지나, 춤이 음악과 산업을 견인하는 시대의 한가운데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목소리에는 단단한 자부심과 철학이 배어 있었다. 다음은 최근 성수동 사옥에서 만난 리아 킴, 조나 아키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서울 대회 개최를 앞두고 소감은 어떠신가요?

리아 킴 "앞서 시드니, 밴쿠버 등 두 도시에서 대회를 열었는데 모두 매진됐습니다. 이번에는 서울 대표로서 홈그라운드에서 하는 경기라 더 중요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계속 브라더후드(캐나다)가 움직여지지 않는 1등 같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는데, 그 흐름을 깰 수 있는 무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 팬들이 와서 봤을 때 이번 IDL에 대해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댄스 배틀은 일회성 이벤트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 스포츠 리그처럼 기획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리아 킴 "전 세계적으로 춤이 정말 사랑받는 문화입니다. 틱톡 콘텐츠의 40% 이상이 댄스 콘텐츠라고 합니다. 배틀은 마니아들만 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중들이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 같은 방송 프로그램을 많이 접하지만 직접 보러 오지는 않습니다. 대중들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없을까 고민하던 중, LA의 엘리트 스튜디오 친구들과 코너 대표가 찾아와 리그 기획을 제안했습니다. 야구장에 가면 팬들이 모여 응원하고 팀이 성장하는 서사가 생기는데, 이를 춤으로 만들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었습니다.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해 6개 팀을 중심으로 처음 리그를 론칭하게 됐습니다."

-6개 팀을 주축으로 메인을 꾸렸는데, 팀 선정 기준이 있었나요?
리아 킴 "아무래도 시작 단계라 대중들의 관심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각 나라별로 인지도가 있고, 이미 활동을 통해 퍼포먼스 능력이나 춤 실력, 대중성이 검증된 이른바 '네임드 팀'들로 선정했습니다."

-서울 개최가 리그 안팎으로 관심이 높은데, 서울이 글로벌 댄스 신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원밀리언이 서울 지하실에서 출발했기에 서사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아울러 하와이 출신인 조나 아키 안무가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글로벌 댄서로서 서울에서 활약하는 매력과 장점이 무엇인가요?

조나 아키 "예전에 미국에서 활동할 때는 연예인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 경쟁이 무척 심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커뮤니티와 같이 진행하는 문화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짧게 살고 싶었는데 결혼도 하게 됐고, 한국 댄스 커뮤니티에 계속 참여하면서 여기에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리아 킴 "원밀리언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스트리트 댄스가 메인이었고, 퍼포먼스나 안무 문화는 많지 않았습니다. 방송 댄스 아니면 스트리트 댄스였는데,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들어간 댄스 스타일이 원밀리언을 통해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스우파'를 통해 매력이 더 부각됐습니다. 지하실에서 연습하면서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외국인들이 많이 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수강생의 70% 이상이 외국인입니다. 그들은 다들 한국에 와서 K-팝 댄서나 안무가로 활동하고 싶어 합니다. 글로벌하게도 댄스 문화의 중심이 한국에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해외의 유명한 안무가들도 한국 K-팝 아티스트들과 협업하고 싶어 하는 반응이 무척 많습니다. 한국의 위상이 댄서들 사이에서 무척 높습니다."

조나 아키 "이제 K-팝이 정말 엄청난 인기를 얻으면서 모든 이들이 그 열기를 직접 경험하고자 서울로 오길 열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이 춤과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중심지가 됐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LA에 살았을 때만 해도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LA로 모여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K-팝의 위상과 이곳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강력한 힘 덕분에, 모두의 발길이 한국을 향해 이동하고 있죠. 단순한 한국 문화를 넘어, 서울은 그 자체로 무척 아름다운 도시에요. 이제 서울에는 경험해야 할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존재합니다. 요즘 미국에서는 이력서에 뮤직비디오나 콘서트 투어 경력이 필수적이지만, 최근에는 K-팝 아티스트와 작업한 이력이 있다면 이력서의 가장 높은 곳을 차지하게 됩니다. 리아가 말했듯, 비욘세의 백업 댄서들조차도 한국에서 작업하기를 간절히 원했죠. 방금 마돈나 투어를 마쳤는데도 이력서의 가치를 훨씬 높여줄 기회라는 이유로 한국에 와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알고 있습니다."

-춤 자체와 K-팝 안무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상업성 외에 해외 댄서들이 K-팝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리아 킴 "요즘 느끼지만 큰 차이가 없습니다. K-팝 안무도 너무 어렵고 다이내믹해져서 아티스트들이 거의 댄서 수준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가수는 방송에서 노래를 부르고 예뻐 보여야 하니 동작에 약간의 한계가 있다는 정도입니다. 물구나무서기를 하거나 머리가 헝클어질 정도로 심하게 도는 동작, 숨이 너무 차는 동작은 덜 합니다. 장르나 스타일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해외 댄서들이 오려는 이유는 상업성이 가장 크지만, 한국처럼 모든 아티스트가 퍼포먼스를 하는 경우가 해외에는 드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K-팝은 모든 곡에 퍼포먼스를 포함하는 독특한 특징이 있어 댄서와 안무가들에게 기회가 무척 많습니다. 또 안무가 개인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스타가 될 수 있는 환경도 한국만의 메리트입니다."

-리아 킴 대표님은 댄스 모션 데이터 생성, 저작권 관리 등 늘 앞서가는 프로젝트를 해오셨습니다. 이번 IDL이 어떤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시나요?

리아 킴 "IDL이 정말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야구 시구를 한 적이 있는데, 야구를 즐기는 팬들과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주는 시스템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댄서들에게도 그런 기회가 오길 바랍니다. 지금은 시작 단계지만, 점점 커져서 야구, 축구처럼 스포츠 리그로 메인스트림에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나이도 있고 체력 소모가 엄청나지만, 제가 화제성을 모으고 팬들의 관심을 끌어오는 데 도움이 된다면 무리해서라도 참여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예술의 자율성과 리그의 승부적인 요소가 충돌할 우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화제성이나 기교에 치우칠 수 있다는 고민은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가요?

리아 킴 "심사 기준이나 룰은 계속 다듬어가야 할 지점입니다. 복잡하기만 하면 점수가 높은 것인가 하는 고민도 있습니다. 예술성을 판단할 기준이 더 추가돼야 한다는 개인적인 생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스포츠 경기처럼 정해진 리그의 룰 안에서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최고의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 철학과 맞지 않더라도 심사 기준에 맞춰 풀어가려 합니다."

-국적 대결이 아니라 도시 기반 댄스팀 대결이라 외국인 멤버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다양성의 상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리아 킴 "맞습니다. 지역 감정이나 국적을 넘어 댄서들은 춤을 추고 땀을 흘리며 금방 가까워집니다. 치고받고 배틀하다가도 서로 고생하는 걸 아니까 금세 응원하고 존경하게 됩니다. 저희 멤버 안에도 외국인 멤버들이 있고, 국경 없는 춤 문화의 특징과 아주 잘 맞습니다. 다른 팀들도 원밀리언 팀을 다 좋아하고 분위기가 아주 좋습니다."

조나 아키 "하나의 국가로만 한정 짓는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한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도시 단위로 진행하고 모든 국적에 문을 열어두는 것이 다가올 미래에 더 넓은 기회의 지평을 열어줄 것입니다."

-e스포츠도 처음엔 무시받다가 아시안게임 종목이 된 것처럼, 댄스 리그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향후 스포츠 종목으로서 올림픽 진출 등을 꿈꾸기도 하시나요?

리아 킴 "지금은 화제성과 관심을 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종목이 더 다양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퍼포먼스와 배틀을 합친 경기라든지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현재는 일정상 2주 안에 퍼포먼스 2개를 준비해야 할 만큼 매우 타이트하지만, 점차 환경이 갖춰지면 다양한 선수를 기용하며 영역을 넓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외국인 댄서들과 협업이 많아 작업량이 엄청날 텐데 해외 댄서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리아 킴 "한국의 타이트한 작업 속도에 다들 놀랍니다. 안무를 하루 만에 짜고 댄서들을 불러 하루 이틀 만에 완벽하게 외워서 시안을 촬영합니다. 실력이 없으면 버티지 못하는 일정입니다. 대회에 참가하는 댄서들 역시 K-팝 아티스트 못지않게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지만, 우선순위를 두고 최대한 스케줄을 맞추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K-팝 안무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 과정이나 안무가가 되기 위한 길, 혹은 그와 관련된 조언을 해준다면요.

조나 아키 "첫 번째는 한국어를 적어도 조금은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서도 한국어를 배우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아, 나는 어디서든 K-팝 안무가가 될 수 있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한국은 사람들과의 공동체 의식과 유대감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가장 먼저 소통을 해야 한죠. 그리고 한국의 또 다른 장점은 무언가에 엄청난 노력을 쏟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스스로를 최고의 댄서라고 생각하더라도, 이곳에 오면 그 최고의 댄서들조차 모든 일에 100% 전력을 다합니다. 외국인 댄서들 중 상당수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나면 조금 나태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오고 싶다면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아야 하며, 지속적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것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곳 한국에서 직접 부딪히며 살아야 합니다. 휴가차 와서 그저 한 번 해보려 해서는 안 됩니다."

-음악이 춤을 규정하던 시대에서 춤이 음악을 규정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습니다. 20년 전과 비교해 안무가의 위상이 어떻게 달라졌다고 느끼시나요?

리아 킴 "과거에는 음악에 춤을 맞췄지만, 지금은 원밀리언 내에서도 저희가 구상한 퍼포먼스에 맞춰 음원 마스터권을 사서 작업하는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AI로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시대라 기획력만 있으면 안무가가 직접 음악을 제작해 퍼포먼스를 만드는 환경이 됐습니다. 기획사에서도 예전부터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나 뮤직비디오 콘셉트에 맞춰 역으로 음악을 제안해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개개인이 이를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최근 안무저작권협회 활동도 활발히 하고 계신데, 기존의 안무 대가 지급 방식과 앞으로 지향하는 방향성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리아 킴 "과거에는 일회성 용역비를 받는 구조여서, 해당 곡이나 2차 저작물이 아무리 성공해도 안무가는 권한이 없었습니다. 저희는 대중이나 기획사의 자유로운 활용을 제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기본적인 상업적 활용이나 2차 가공, 특히 게임이나 상업 대회에서 허락 없이 무단으로 사용되는 문제에 대해 최소한 안무가의 성명 표시권(크레디트)이라도 보장받는 것에서 출발하고 싶습니다. 최종적인 목표는 작곡가들처럼 저작권료가 안무가에게 성공 보수 형태로 돌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플랫폼 등과 잘 협의된다면 좋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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