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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농장 330억원에 팔렸다…AI 데이터센터가 뒤집은 美 시골 땅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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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미국의 한 농촌 마을 땅값을 뒤집어 놓았다. 돼지를 키우던 89에이커(약 36만㎡) 농장은 2200만달러(약 330억원)가 넘는 값에 팔렸고, 데이터센터 건설 예정지로 땅을 판 토지 소유주 96가구는 가구당 평균 550만달러(약 82억5000만원)의 매각대금을 받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북동부 세일럼 타운십의 토지 소유주 96가구가 약 1700에이커(약 688만㎡)를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QTS에 총 5억8600만달러(약 8790억원)를 받고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에이커당 평균 매각가격은 33만달러(약 4억9500만원)였다. QTS는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 계열사다.

WSJ에 따르면 인구 약 4000명의 이 마을에서 돼지를 키우던 머릴리·데이비드 킬리티 부부도 토지를 매각한 96가구 가운데 하나다. 2년 전 개발업자들이 처음 찾아와 부부의 농장이 2000만달러 넘는 값에 팔릴 수 있다고 말했을 때만 해도 부부는 허황된 소리라고 생각했다. 땅속에 석유나 천연가스가 묻혀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개발업자들이 이 땅을 탐낸 이유는 농사나 지하자원 때문이 아니었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곳에는 인근 천연가스 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를 잇는 송전선과 변전소가 이미 들어서 있었다.

이처럼 개발을 받아들인 토지 소유주들이 거액의 매각대금을 받은 반면, 미국 곳곳에서는 막대한 전력과 부지를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싸고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을 거부하기도 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20여년 전 천연가스 개발 붐으로 토지 투자가 몰렸던 곳이다. 그러나 킬리티 부부가 사는 루전 카운티는 당시 호황에서 비켜나 있었다. 이 지역의 가구당 중위소득은 6만4000달러에도 못 미쳐 미국 평균보다 낮다. 데이터센터 부지를 판 토지 소유주들이 받은 금액은 과거 천연가스 개발 당시 지급된 토지 사용료와 맞먹거나 이를 웃돌았다. 인근에서는 토지 소유주 약 200명이 참여하는 13억달러(약 1조9500억원) 규모의 추가 매각도 추진되고 있다.

토지를 판 사람들의 형편은 다양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주민도 있었고, 조립식 이동주택에서 살던 주민도 있었다. 반면 성공한 자영업자와 전문직 종사자도 포함됐다. 이들은 매각을 기념해 ‘평생 단 한 번의 거래’라고 적힌 티셔츠까지 만들었다.

킬리티 부부는 거액의 매각대금을 장기간 관리하기 위해 재무상담사를 고용했다. 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구입했으며, 올여름에는 콜로라도주 브레켄리지 인근의 침실 10개짜리 주택에 가족 20명을 초대해 함께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수영장과 농구장, 영화관 등을 갖춘 2층짜리 새집도 짓고 있다.

부부는 기존 농장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데이비드는 건설 현장에서 일했고, 머릴리는 은퇴하기 전 지게차 운전기사로 일했다. 돼지 사육 규모를 늘리기 위해 생명보험을 해지해 받은 돈을 보태고 빚까지 내 대형 축사를 지으려 했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생긴 빚은 이번 토지 매각으로 모두 갚았다.

다른 토지 매도자들도 가구점과 휴양시설 등 지역 사업체를 인수하고 있다. 킬리티 부부의 한 딸은 지역 양조장을 인수했고, 의사인 다른 딸은 매각대금 일부로 암 연구재단을 세울 예정이다. 토지 매도자의 4분의 3 이상은 데이터센터 예정지에서 25마일(약 40㎞) 이내에 계속 거주하고 있다.

이번 거래를 주도한 지역 개발업자 잭 소도니는 2년 전 아마존이 대규모 개발사업을 위해 이 일대 토지를 사들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데이터센터 사업과 입지 조건을 조사했다. 이후 아마존이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던 부지와 맞닿은 여러 주민의 토지를 하나의 대규모 개발부지로 묶었다. 대대로 살아온 집과 농장을 떠나기 어려워한 주민도 있었지만, QTS가 협상에 참여하고 구체적인 가격이 제시되자 매각을 거부하는 토지 소유주가 줄었다.

인근 미플린빌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민 스테퍼니 블랙은 “사랑한다던 마을 전체를 팔아넘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농촌 마을에 데이터센터가 잇따라 들어설 경우 환경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킬리티 부부는 데이터센터가 토지 소유주만 부유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들은 12개 건물마다 약 50개의 상시 일자리가 생기고 건설 과정에서도 1500개가 넘는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데다 지방정부의 세수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 토지 매각에 동의한 토지 소유주 200명은 최근 지역 골프장에 모여 메릴린치와 웰스파고 등의 재무상담사들을 만났다. 소도니는 이들을 ‘미래의 백만장자들’이라고 부르며 “지난 50년간 이 지역의 땅값은 미국의 다른 지역을 따라가지 못했지만 이제 상황이 뒤집혔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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