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막혔던 美 선케어 규제 완화…K-뷰티 ODM 기회의 문 열리나
[서울=뉴시스]권민지 기자 =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자외선 차단 성분을 승인하면서 K뷰티 업계가 미국 선케어 시장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자외선 차단제를 일반의약품(OTC)으로 관리해 신규 성분 도입이 사실상 막혀 있었던 만큼 이번 승인이 미국 선케어 시장 규제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이 한국 화장품 최대 수출국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선케어 기술력을 앞세운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과 브랜드들의 수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FDA는 최근 '베모트리지놀(bemotrizinol)'을 일반의약품 자외선 차단제 유효 성분 목록에 추가했다. 베모트리지놀은 1990년대 후반 이후 OTC 자외선 차단제에 새롭게 추가된 첫 유효 성분이다.
자외선 A(UVA)와 자외선 B(UVB)를 모두 차단하는 광범위 차단 성분으로, 유럽과 호주, 아시아에서는 수십 년 동안 사용돼 왔지만 미국에서는 그동안 허가되지 않았다.
한국과 유럽은 자외선 차단제를 화장품으로 관리하는 반면 미국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한다. 새로운 성분을 사용하려면 의약품 수준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야 해 신규 성분 도입이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 서로 다른 처방의 자외선 차단제를 생산해왔다. 미국에서 허용되는 성분이 제한적인 만큼 동일 브랜드라도 미국용 제품은 성분과 제형을 별도로 설계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승인만으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자외선 차단제를 그대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시장에 판매하려면 OTC 규정에 맞춰 제품을 개발·등록해야 하며 FDA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을 충족한 시설에서 생산해야 한다.
그럼에도 업계는 이번 승인을 미국 선케어 시장 규제 완화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향후 미국의 자외선 차단 성분 규제가 추가로 완화될 경우 글로벌 시장과 동일한 처방의 제품을 미국에도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국내 ODM 업계는 이미 글로벌 선케어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조선미녀, 달바, 스킨1004 등의 선케어 제품을 생산하며 관련 사업을 확대해 왔다.
지난해 별도 기준 선케어 매출은 약 3236억원으로 증가해 전체 매출의 26%를 차지했다. 다만 미국 OTC 물량은 약 100억원 수준에 머물러 향후 규제 완화에 따른 추가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코스맥스도 최근 국제 표준인 'ISO 23675' 기반 체외 SPF 평가 역량을 인정받는 등 글로벌 규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과 평가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ODM 기업들이 선케어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미국의 성분 규제가 추가 완화될 경우 현지 수주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영증권은 이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베모트리지놀 규제 완화가 국내 ODM 업체들의 미국 선케어 수주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성장성도 뚜렷하다.
뷰티 산업 조사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선케어 시장은 2025년 180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 240억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자외선 차단이 피부 노화 예방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사용 빈도가 늘고 스틱, 세럼, 쿠션 등 제품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화장품 수출도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7.3% 증가한 70억 달러(약 11조원)로 역대 상반기 최대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4억5000만 달러(2조1500억원)로 전체 수출의 20.7%를 차지하며 최대 수출국 자리를 유지했다. 미국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41.5% 증가하며 K-뷰티 성장세를 이끌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FDA 결정을 미국 선케어 시장 규제 완화의 출발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당장 한국산 자외선 차단제를 그대로 미국에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추가 성분 허용이 이어질 경우 글로벌 선케어 기술력을 축적해 온 국내 ODM 기업들의 경쟁력이 한층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g@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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