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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100% 피하려던 애플에 트럼프 "인텔 공장 써라"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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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한 데 이어 애플 등 주요 기술기업에 인텔과 손잡으라고 압박하며 인텔의 회생을 주도하고 있다. 애플이 맥과 아이폰용 자체 설계 칩 일부를 인텔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인텔 주가는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4배 이상 뛰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을 인용해 백악관이 애플에 인텔 공장을 이용하라고 요구하며 두 회사의 반도체 생산 협상을 주선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반도체 관세 면제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백악관이 애플을 인텔의 고객으로 끌어들이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해 여름 모든 수입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려는 계획을 포기하도록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워싱턴을 찾았다. 애플은 미국에 수천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뒤 관세를 면제받았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쿡 CEO에게 애플이 자체 설계한 칩 일부를 인텔 공장에서 생산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연방 보조금 90억달러(약 13조5000억원)를 인텔 지분 10%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인텔의 단일 최대주주가 됐다. WSJ는 이를 정부가 지분과 정책 수단을 동원해 특정 민간기업을 육성한 이례적인 국가자본주의 사례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1년 뒤 트루스소셜을 통해 애플이 일부 제품에 들어갈 자체 설계 칩의 생산을 인텔에 맡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 내용을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은 맥 노트북과 아이폰용 칩 일부를 인텔에서 생산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나 생산 일정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인텔 주가는 탄 CEO가 취임한 2025년 3월 이후 4배 이상 올랐다. 기업들이 AI 서비스를 구동하는 데이터센터를 확충하면서 인텔이 강점을 지닌 중앙처리장치(CPU) 수요가 급증한 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금 지원과 고객 주선이 회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WSJ는 분석했다.

백악관의 개입은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았다. 행정부는 애플과 엔비디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등에 인텔과 협력하라고 압박했다. 탄 CEO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워싱턴을 찾고 있으며, 정부의 반도체정책 책임자와 실무진은 인텔 경영진으로부터 고객 협상과 사업 여건, 차세대 제조공정의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받고 있다.

역설적으로 정부 지원의 출발점은 탄 CEO를 겨냥한 공개 비판이었다.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이 지난해 여름 탄 CEO의 중국 투자 경력을 문제 삼자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의 사임을 요구했다.

탄 CEO는 백악관을 찾아 자신이 중국과 부적절하게 밀착했다는 의혹을 해명했다. 면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탄 CEO를 ‘승자’로 평가하며 정부의 인텔 지분 취득을 제안했다. 탄 CEO의 사임을 요구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인텔의 후원자로 돌아선 것이다.

백악관의 지원은 실제 투자와 사업 협력으로 이어졌다. 엔비디아는 인텔에 50억달러(약 7조5000억원)를 투자하고 맞춤형 데이터센터 칩을 구매하기로 했다. 스페이스X도 초고성능 반도체를 대규모로 설계·생산·패키징하는 ‘테라팹’ 사업에 인텔을 참여시켰다.

탄 CEO가 인텔 내부에서 단행한 개혁도 회생에 힘을 보탰다. 그는 조직을 개편하고 맞춤형 칩 설계 조직을 통합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경쟁업체 출신 경영진과 기술 인력을 영입했다.

미국 정부와 인텔은 여러 개의 소형 칩을 하나로 결합하는 첨단 패키징을 인텔이 대만 TSMC를 추격할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 행정부는 인텔에 뉴멕시코 첨단 패키징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차세대 제조공정의 개발 상황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기업이 투입한 자금 덕분에 인텔은 설비투자를 크게 줄이지 않을 수 있었다. 인텔은 정부 출자금 90억달러와 엔비디아 투자금 50억달러, 일본 소프트뱅크 투자금 20억달러(약 3조원)를 확보했다. 회사 측은 이 자금이 없었다면 지난 1년간 설비투자를 대폭 줄여야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험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인텔 파운드리 사업은 최근 4개 분기 동안 104억달러(약 15조6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외부 고객 사이에서는 수율과 안정적인 양산 능력에 대한 의문도 해소되지 않았다. 스콧 린시컴 케이토연구소 연구원은 “정부의 총애는 기업이 잘나갈 때만 효과가 있다”며 정치권의 단기 성과 압박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CPU 사업에서는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 인텔의 데이터센터 부문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2% 늘어난 51억달러(약 7조6500억원)를 기록했다. 회사 전체로는 37억달러(약 5조5500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구글클라우드는 기업용 AI 서비스를 구동하기 위해 인텔 제온 CPU를 대량 주문했다. 마크 로마이어 구글클라우드 부사장은 “인텔이 고객의 의견을 듣고 요구 사항을 실제로 이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협력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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