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상 빈곤층'와 '정책상 빈곤층'이 다른 사회, 기준중위소득을 주목하라

2024년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5.3%. 100명 중 열다섯 명이 가난한 상태다. 상대적 빈곤율은 중위소득 50% 이하에 해당하는 가구의 비율을 뜻한다. 상대적 빈곤율의 기준이 되는 중위소득은 어떻게 측정될까? 국가데이처가 발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다. 이에 따르면 2025년 1인 가구 중위소득은 290만 9천 원, 4인 가구는 741만 7천 원이다.
같은 시간, 같은 사회, 같은 중위소득이지만 값이 다른 중위소득이 있다. 바로 '기준중위소득'이다. 기준중위소득은 80여 개 이상 각종 복지제도의 기준선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매년 보건복지부가 결정해 고시한다. 올해도 8월 1일 전까지 보건복지부는 2027년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해 발표해야 한다. 그런데 기준중위소득, 통계상 실제 중위소득과 꽤 차이가 난다. 2025년 기준중위소득은 1인 가구 239만 2천 원, 4인 가구 609만 8천 원으로 같은 시기 실제 중위소득과 비교할 때 각각 51만 7천 원, 131만 9천 원 차이가 난다.
실제 삶은 달라지는데 복지 기준선만 제자리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핵심적인 원인은 기준중위소득이 복지 지출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기준중위소득에 따라 기초생활보장제도, 장애연금과 수당, 청년내일저축계좌 등 청년지원사업, 한부모지원제도 등 다양한 복지제도의 선정기준과 보장내용이 결정된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의 생계급여는 기준중위소득의 30% 이상으로 법에 정해져 있는데, 현재 32%를 한 달 생계비로 지급하고 있다. 기준중위소득이 결정되면 내년 수급자들의 수급비와 이에 소모되는 예산이 정해지는 셈이다. 복지 확대를 막으려는 재정 보수론이 힘을 얻을수록 기초생활수급자의 생계비와 전 국민 복지 기준선은 동반 하락한다.
문제는 기준중위소득이 사용되는 곳이다. 현실과 달리 낮게 책정된 기준중위소득은 전 국민의 복지 기준선 자체를 하향시킨다. '통계상 빈곤층'인데 '정책상 빈곤층'이 아닌 사람들이 남겨지는 것이다. 실제 빈곤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소득 때문에 복지제도에 진입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는 기준중위소득 도입 취지와도 상반된다. 2015년 7월 도입된 기준중위소득은 기존 최저생계비가 너무 낮게 결정되어 왔으며, 전 국민의 소득수준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 아래 도입됐다. 실제 최저생계비는 1999년 도입 당시 도시근로자가구소득 40%에서 출발했으나 2015년에는 30%로 하락했다.
이에 기준중위소득은 '통계청이 공표하는 통계자료의 가구 경상소득 중간값에 최근 가구 소득 평균 증가율'(법제6조의2)을 반영할 것을 명시하며 만들어졌지만, 2026년 현재 기준중위소득은 가구소득 평균 증가율을 반영하기는커녕, 2025년 실제 중위소득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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