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진보 성향
연 밭을 보며 아버지를 떠올렸다
오마이뉴스

아라홍련을 보러 함안연꽃테마파크에 간 날. 가만히 쭈그리고 앉아 연잎 아래를 유심히 바라본다. 물 위를 가득 메운 생이가래와 개구리밥 사이로 텅 빈 연밥 하나가 눈에 띈다. 연밥은 연의 꽃턱(화탁, 花托)이라고도 불리며, 꽃잎이 떨어진 뒤 남은 중심부이자 씨앗이 맺히는 부분을 일컫는다.
문득 그 연밥이 슬퍼 보였다.
연밥은 아무런 대가 없이 꽃을 피워 내고, 자신의 마음에 박힌 씨앗을 품어 영글게 키워 냈다. 그 후 자신이 단단한 채로 남아 있으면 여문 씨앗들이 저 깊은 물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연둣빛 연밥은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갈색으로 변해 갔을 터였다.
쭈글해진 몸에서 자연의 순리대로 마침내 품고 있던 씨앗들이 하나둘 퐁당퐁당 소리를 내며 물속으로 떨어져 저 마다의 삶을 향해 길을 떠났다. 자신의 품을 떠나 길을 떠난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내년 여름 연이 되어 꽃을 피워 낼지, 끝내 뿌리내리지 못할지는 씨앗을 키워 낸 연밥의 몫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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