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16년 만에 월드컵 우승... 패스 축구에 실리 더한 '완벽한 진화'

사상 처음으로 48개국 체제로 치러진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역대급 규모와 흥행, 다양한 서사를 남기며 축구 팬들을 감동시켰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승자는 '무적함대' 스페인이었다. '원팀'으로서 탄탄한 조직력을 선보인 스페인은 2010년 이후 16년 만에 통산 두 번째 FIFA 컵을 들어올리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나타난 전술적 트렌드는 한 가지로 요약하기 어렵다. 높은 에너지 레벨, 전방 압박, 빠른 공수 전환은 이미 유럽 리그를 통해 현대 축구의 기본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다만, 이번 대회를 통해 강세를 보인 팀들은 자신들만의 정체성과 확고한 방향성을 가지고, 오랜 시간 조직력을 극대화했다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스페인, 패스 정체성에 더해진 실리 축구... 완벽한 진화
스페인은 과거부터 짧은 패스 중심의 패스 축구가 정체성으로 자리잡았던 팀이다. 라 리가의 '양강'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유럽 축구 판도를 지배하는 시기와 맞물려 스페인 대표팀도 메이저 대회 3연패(유로 2008,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 우승) 신화를 달성하며 최고의 황금기를 누렸다. 스페인은 티카타카와 점유율 축구로 대변되는 새로운 전술 트렌드를 제시하는 등 세계 축구계를 주도했지만 사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알론소, 다비드 실바로 대표되는 특급 미드필더들의 퇴장으로 조금씩 쇠퇴기를 겪었다. 급기야 점유율 축구의 파훼법이 제시되면서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이후 스페인 축구협회는 2023년 1월 무명의 지도자였던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을 선임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꿨다. 스페인 연령별 대표팀에서 큰 성공을 거둬온 데 라 푸엔테로 하여금 정체성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었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오랜기간 호흡해온 젊은 피들을 A대표팀에 수혈하며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뤄냈고, 젊은 스쿼드를 중심으로 2022-23 UEFA 네이션스리그, 유로 2024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2023년 3월 스코클랜드전 이후 무패 가도를 달린 스페인은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38경기 연속 무패의 대기록을 써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공격력을 뽐낸 프랑스와 아르헨티나는 스페인에게 점유율을 완전히 내준 채 끌려다녔고, 상대의 질식 압박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스페인의 공수 밸런스는 완벽에 가까웠으며, 자신들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패스 플레이에 탄탄한 수비력, 많은 활동량, 압박 전환 속도마저 장착하며 진일보한 모습을 선보였다.
스페인은 유로 2024 우승 당시 좌우 날개 니코 윌리암스, 라민 야말의 스피디하고 파괴력있는 돌파를 이번 월드컵에서 완벽하게 재현했다고 보긴 어렵다. 두 선수는 대회 직전 부상으로 인해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좌우 측면 풀백 마르크 쿠쿠레야와 페드로 포로의 오버래핑으로 공격의 활기를 더했으며, 왼쪽 윙어 알렉스 바에나는 강한 압박과 수비에서 높은 기여도를 보였다.
골든볼(대회 MVP)를 수상한 로드리는 미드필드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며 중원 장악에 앞장섰다. 다니 올모, 페드리, 파비안 루이스 등이 번갈아가며 로드리와 함께 미드필드진을 구축한 스페인은 상대에게 공 소유권을 최대한 내주지 않으며 장점을 억제함과 동시에 자신들만의 경기 스타일로 승리를 쟁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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