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찾을 때 가장 뿌듯하지만"…육휴 아빠들의 고민은?
"육아휴직하고 매일매일이 뿌듯하고 너무 좋아요"
서울 은평구에 사는 손경식(35)씨는 16개월 된 아들 유안이와 보내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오전 10시쯤 아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준 뒤 청소기를 돌리고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손씨의 목소리에는 웃음이 묻어났다.
지난 5월부터 육아휴직을 시작한 손씨는 "(육아휴직) 전에는 저는 주말에만 놀아주는 정도의 존재감이었는데 지금은 역전이 됐다"며 "아들이 엄마랑 같이 있을 때도 제가 잠깐 주차하러 가거나 보이지 않으면 계속 아빠를 찾는다. 뿌듯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손씨처럼 육아휴직을 선택하는 아빠들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직장 안에서는 여전히 '아빠 육아'가 낯선 풍경이다. 남성들은 회사의 시선과 경력 단절에 대한 부담 때문에 육아휴직을 선뜻 결정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 크는 모습 보면 뿌듯…男 육휴 40% 육박육아휴직 중인 아빠들은 입을 모아 행복하다면서 다른 아빠들에게도 육아휴직을 "추천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고 엄마보다 아빠에 대한 애착이 큰 것을 느낄 때가 뿌듯하다고 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지원 제도 활용 실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중 남성은 4만 320명이었다. 이는 전체 수급자의 38.8%에 달한다.
남성 육아휴직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중 남성의 비중은 지난 2024년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36.5%를 기록했다.
손씨는 이날 오후에도 아들 유안이와 문화센터에서 '광부'를 주제로 한 검은콩 촉감놀이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낯설어하다가 돌 지나고 나선 날아 다닌다"면서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빠로서 뿌듯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4년째 재직 중인 30대 이모씨도 지난 1월부터 육아휴직을 하며 13개월 아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음 주 복직을 앞둔 이씨는 "주 2회 정도 차를 타고 문화센터에 가서 아이랑 같이 웃었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며 "아이가 '엄마'보다 '빠, 빠, 아빠'를 많이 하는 것을 보고 육아휴직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다고 해서 두 아빠 손씨와 이씨의 하루가 한가로운 것은 아니다.
이들은 오전 7시쯤 일어나 어린이집 등원과 아침 식사를 준비한 뒤 아내는 회사로, 아이는 어린이집으로 보낸다. 이후에는 청소와 빨래 등 밀린 집안일을 한다. 어린이집이 끝나면 문화센터에 가거나 아이와 장을 보고,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아이를 재우고 나면 하루가 끝난다.
손씨는 이날도 유안이가 새벽 5시부터 잠에서 깨 놀아달라고 보채는 바람에 여전히 비몽사몽 상태라면서도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육아휴직을 또 할 생각이다. 주변 사람들한테도 무조건 쓰라고 한다"며 "육아휴직을 통해 아이와 애착이 많이 형성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육휴? 이제 널 어디서 쓰겠냐"
하지만 이들의 바람과 달리 '아빠 육아휴직'이 직장 문화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육아휴직을 결심하기 전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었는지를 묻자, 이들은 한목소리로 '회사 눈치'를 언급했다.
이씨는 "회사 인사를 앞둔 상황이었는데, 6개월 동안 자리를 비운다고 하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제 널 어디서 쓰겠냐'는 얘기도 나왔다"며 "눈치도 보이고 경력 중단에 대한 걱정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표상으로는 남자 육아휴직자가 많다고 하는데 주변에는 거의 없다"며 "새로운 길을 걷는 것 같았는데 조언을 구할 선배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전국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 9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81.4%였다. 직장인 대다수가 남성 육아휴직 사용에 긍정적인 입장인데, 실제 남성 동료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이를 권장하겠다는 비율(46.4%)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기업에서 과장급으로 재직 중인 손씨도 "저처럼 10년 차 정도의 직원이 자리를 비운다면 다른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좋게 볼 수 없을 것"이라며 "다른 대기업에 다니는 한 지인은 '인사고과에서 C등급 받을 것'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들었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여전히 육아를 여성의 몫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성 육아휴직이 더 확산하기 위해서는 조직 문화와 사회 분위기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세연 연구진은 정책이 제도의 법제화를 넘어 조직 내 실질적인 문화 변화를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하며, 성별 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을 완화하고 조직 내 남성 육아휴직 사용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육아휴직을 한 아빠들의 바람도 같았다.
이씨는 "아이가 크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육아휴직뿐일 정도로 소중한 시간이다"라며 "회사 안에서의 인식과 사회의 분위기가 바뀌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씨 역시 "아빠가 육아를 하는 것이 당연해지고 아빠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암묵적인 불이익을 받지 않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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